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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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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클리셰 범벅에 막장 전개에도 역대급 시청률을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는 시한부 인생·기억상실·출생의 비밀·재벌가 등 온갖 뻔한 소재가 다 등장한다. 이렇게 뻔한 드라마가 어떻게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역클리셰에 있다. 클리셰를 단지 클리셰로만 소비했다면 이 드라마도 그저 그런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은 클리셰를 교묘하게 비틀어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다.
클리셰는 문학이나 영화·드라마에서 지나치게 남용한 나머지 새로움이 없어진 진부한 상투구나 상황을 가리킨다. 한 번만 따라 하면 표절이 되지만 모두가 활용하면 클리셰가 되는 것이다.
눈물의 여왕이라는 제목부터가 클리셰 냄새를 폴폴 풍긴다. ‘눈물의 여왕’은 영화사에서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최루성 연기를 펼치는 여자배우를 가리키는 호칭이었다. 원조 눈물의 여왕으로 배우 전옥(1911∼1969)을 들 수 있다. ‘항구의 일야’ ‘눈 나리는 밤’ ‘목포의 눈물’ 등에서 비극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면서 눈물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김지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속칭 백화점의 여왕인 셈이다. 퀸즈 그룹 사위들은 재벌가 사위답게 내로라하는 스펙의 주인공들이다. 남주인 백현우(김수현)도 비록 시골 슈퍼마켓 집 아들이지만 어엿한 변호사다.
하지만 학벌·외모·키·성격 모든 것을 초월해 가장 상위 신분은 돈이다. 퀸즈 가문 제삿날이면 사위들이 총출동해 제사상을 차린다.
하버드에서 ‘케미컬’을 전공한 사위는 동그랑땡이 속까지 제대로 익었는지 살피고 건축가 집안의 사위는 동그랑땡을 건축학적으로 예쁘게 쌓아 올리며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나온 사위는 음식 모양을 손본다.
“이 무슨 재력 낭비인지….”
현우의 대사까지 재벌가 며느리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한탄이다. 재력(財力)은 재력(才力)을 압도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등장으로 ‘삼체’ 같은 거대 서사가 대세지만 결국 ‘뇌빼드(뇌를 빼놓고 보는 드라마)’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쉽고 단순한 것은 영원하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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