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무관용’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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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영상물 범죄 하루 평균 13건 신고 접수
1~9월 검거된 피의자 387명 중 10대 84%
사법당국은 솜방망이 처벌 관행 뜯어고쳐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7 00:02:01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등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쟁에 매몰돼 있던 국회가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폭증하자 비로소 대책 마련에 나섰으니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진화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딥페이크란 AI를 활용해 만든 거짓 콘텐츠를 뜻하지만 이 콘텐츠를 성범죄에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인이나 지인 등 특정인의 얼굴을 다른 음란물과 합성해 가짜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거나 이를 유포하는 행위이다. 이런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사진 등이 성범죄에 이용됐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극심한 성적 수치심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는다.

사실 사이버 공간에서 저지르는 성범죄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해 있었다. 최근 3년간 사이버 공간에서 적발된 성범죄자는 7500여 명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특히 아동성착취물 제작·유포와 관련한 범죄가 거의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아동·청소년 피해자 보호와 관련 범죄 근절을 위한 당국의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놀라운 것은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검거된 피의자 대다수가 10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달 말부터 허위 영상물 범죄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 뒤 하루 평균 약 13건의 신고가 접수된 걸로 나타났다. 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검거된 피의자는 모두 387명인데 그 중 10대 324명·20대 50명으로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4%를 차지했다.

이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이 청소년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걸 말해준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합성 음란물이 10년 전에도 이미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응해 법 제도를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행 법률 가운데 딥페이크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14조의 2’ 하나뿐이다. 이 조항은 2019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불법 음란물이 대량 유포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진 후에야 만들어졌다. 이번 개정안도 올해 5월 드러난 ‘서울대 불법합성물 유포 사건’으로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딥페이크 피해자만 20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에 능숙한 10·20대 여성이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딥페이크 피해 건수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에는 69건이었으나 올해는 1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늘어가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법 제도 정비와 사법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사례가 좋은 예로 꼽힌다. 4월 영국 사법부가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제작하면 공유·유포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유명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들이 접속을 자진 차단했다고 한다. 우리도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제도를 선제적으로 보완하고 그간 솜방망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사법당국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