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기세 꺾인 美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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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7 06:31:10

2024년도 미국 대선은 역사상 가장 예외적인 대선이다.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는 CNN의 앵커우먼 다나 배시(Dana Bash)는 이번 선거를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Deadliest) 선거’라고 정의했고, 공화당을 적극 지지하는 FOX TV의 간판격 평론가 마크 레빈(Mark Levin)은 이번 선거는 ‘미국 현대사에 나타난 가장 사악한 선거’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사활을 건 대결로 인식하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별로 다를 바 없는 정당이었다. 두 정당 모두 반공(反共)과 자유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했고 정도의 차이는 약간 있었을지 몰라도 두 정당 모두 기독교적 도덕주의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표만 다른 두 개의 빈 병’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그러던 미국의 양대 정당은 오늘날 이념 투쟁을 벌이는 정당이 되고 말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이 좌편향적 행보를 보이기는 했지만 오늘의 미국 민주당은 실제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상당한 세력을 차지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미국 민주당의 마르크스주의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의 변형된 마르크스주의로 봐야 한다.

‘가정(Family)’이라는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자본주의를 파괴할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고안한 방안이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다. 그들은 우선 기독교 도덕주의의 원천이며 가정이 존재하는 원천적 근거인 남녀의 구분을 파괴하고자 시도했다. 소위 ‘LGBTQ(성소수자·lesbian(여성동성애자), gay(남성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성전환자), queer(성소수자 전반) 혹은 questioning(성 정체성에 관해 갈등하는 사람) 등)’라 불리는 동성애·성전환자들에게 완전한 사회적 평등과 자유를 제공하자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운동을 주도했다. 버락 오바마·조 바이든으로 이어진 민주당 정권은 남자였던 사람이 여자로 변신해 운동 경기에 나가 모든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것을 허락하는 정당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지금 동성 결혼자들의 결혼 케이크(남자 인형이 두 개 서 있는) 주문을 거부한 빵집 주인이 엄청난 벌금과 투옥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동성애·성전환·무한적 낙태 등이 개인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되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바로 이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를 주창하는 민주당과 미국의 도덕적 전통을 고수하자는 공화당의 싸움이라고 봐도 된다.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예비선거를 거치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한 거대한 정치 세력’에 의해 선발(selected)된 후보다.

그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정치 세력은 노쇠하지만 예비선거에서 정당한 후보 자격을 획득한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을 한칼에 날려 버리는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후보 사퇴 24시간 전까지도 자신만이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라고 외쳤던 바이든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일거에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미국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주류 언론(MSM)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역사상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라고 그들 스스로가 낙인찍었던 카멀라 해리스를 민주당을 구할 최고의 희망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사실 민주당원 36% 정도는 바이든의 런닝 메이트로서 카멀라 해리스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 부통령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졸지에 바이든을 대체해 민주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는 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다. 부통령 자격도 없다던 후보가 다짜고짜 최고의 대통령감이 되다니?! 그래서 미국의 저명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 리포트의 여론 조사팀장 마크 미첼은 여론조사 기관을 ‘여론조사 산업(Polling Industry)’이라고 명명했고, 여론조사 산업이 고객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관한 기사 중 93%를 부정적으로, 해리스에 관한 기사는 100% 긍정적인 것만 보도한 ABC TV의 토론회는 트럼프 측 말대로 3 대 1의 싸움이었다. 사회자 두 명이 카멀라 해리스 편이었으니 말이다. 주류 언론은 해리스가 토론의 승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토론회의 표적은 중도파의 표심이다. 토론으로 상대편 표를 빼앗아 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토론 후 중도층의 60%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30%가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했다. 10%는 토론 후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한다. 그래서 토론 이후, 특히 9월 하순 이후 트럼프가 기세를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보다 영향력이 훨씬 막강한 X(과거 트위터)의 후원을 통해 해리스의 ‘만들어졌던’ 기세를 확실하게 제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