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환경부는 국민을 호구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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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7 00:02:30

환경부 공무원이 공직자 본분에서 벗어나 보여주기 식 행정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국가기관 본분의 핵심이 국민의 편에 선 ‘행정’이 아닌 ‘전시행정’이었던가.

“올해 2월부터 환경부에 와서 근무 중인데 이런 종류의 피해 사례는 처음 듣는 내용입니다. 확인해야 하니 기사를 내려거든 저에게 보내 주십시오.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겠습니다.”

얼마 전 환경부 추진 사업에 대한 민원 제보 사항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기 전 해당 사업의 관리 주체인 환경부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환경부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관련 피해 사실을 제공한 제보자는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련 부처의 공무원은 피해 사실을 듣고도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사를 내는 것부터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당사자인 관계 부처에서 피해 발생에 대한 구체적 대안 마련이나 법 준수를 위해 이행해야 하는 조처를 제시하려는 노력도 없이, 재발 방지를 위한 명확한 방향성도 설정하지 않은 채 손을 놓아 버렸다. 잘못한 사안임에도 언론을 사전 검열하며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했을 뿐이다.

환경부 소속 수도권대기환경청은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와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등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배출가스 저감 사업’을 시행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부 사업이 위탁 사업으로 추진돼 관련 부처의 운영·관리 부실에 따른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졌는데도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KAEA)에 노후 경유차의 매연 저감 필터 부착 지원을 비롯해 차량 등록 말소 시 장치의 반납 여부 확인 등 일체를 위임해 왔다.

오래된 내연기관 차량에 DPF를 부착하더라도 필터의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할 뿐더러 소음 문제 등으로 유지·관리가 어렵다. 사실상 정부의 행정 편의를 위해 조기 폐차를 유도하는 셈인데 폐차 시에도 DPF 장착 차량은 즉시 폐차가 불가하다.

DPF 반환 여부는 환경부가 위탁한 여러 제조사에 의해 확인된다. 하지만 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제의 사각지대가 있었다. 소비자가 볼 수 없는 폐차 과정에서 DPF 반환 여부를 확인한다며 정상 반환된 DPF를 손상 장치로 바꿔치기하는 등의 속임수가 일어난 것이다.

제보 건은 반환된 DPF가 파손 제품으로 확인돼 손실분을 보전하라며 폐차 과정에서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17만 원을 배상하라고 부당 청구한 데서 비롯됐다.

환경부는 이렇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사업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환경부 주관이 아닌 지자체의 보조사업이라며 사실상 손 놓고 방관했다.

오래된 내연기관 차량은 DPF 부착 이후에도 차량 자체의 연식이 오래된 만큼 엔진과 차량에 대한 꾸준한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장치 장착 후 3년간 1년에 1회의 클리닝 비용 15만 원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실제 클리닝 과정에서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해당 정부 지원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정상적이지 않은 엔진에 장착된 DPF 필터는 새로 교체되더라도 누유 등으로 쉽게 파손될 수 있고 수주 내에 재교체하면 기존 정부 지원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사례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피해를 경험했다면 문제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환경부의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업 수행은 지자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책임 소재를 분리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넘어 정작 우선해야 할 피해의 해결은 뒷전으로 밀쳐 놓고 기사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에만 관심을 뒀다.

이렇듯 겉으로 보이는 전시행정에만 신경을 쓴다면 소비자가 과도한 대금을 청구받는 등 끊임없는 문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란한 전시행정보다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전시행정에만 급급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국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