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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02년 촛불의 실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세력인 우익의 나라인데, 언젠가부터, 어느새, 어떤 이유로 사회주의 세력인 좌익에게 정국의 주도권이 넘어갔는지 이해하려면 효순·미선의 교통사고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의 성격·주도 세력의 실체·전략 전술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신효순·심미선은 2002년 6월 훈련하러 가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의정부 두 여중생의 이름이다. 이 두 여중생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판과 사상 진영을 대전환시키는 분기점을 이룬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2002년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반미 촛불시위가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촛불시위였다. 중학생은 물론 퇴근하는 직장인들까지도 양손에 촛불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실천연대의 노래패 ‘우리나라’는 ‘탱크라도 구속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사건의 발단
한·일월드컵(5.31∼6.30) 축구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13일 의정부 시골길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심미선·신효순이라는 이름의 두 의정부 여중생이 친구의 좁은 도로 위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사고였다.
도로는 산기슭 오르막의 굽은 도로였고 편도 1차선으로 폭이 좁았다. 미군 장갑차는 폭이 3.4m로 도로 폭보다 훨씬 넓어 도로 중앙차선을 넘어 운전해야 했다. 그런데 맞은편 차선에서 다른 장갑차가 오자 이를 피하기 위해 갓길로 붙였고, 갓길로 걸어가던 두 여중생을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이다.
장갑차는 전투용이기 때문에 앞문에 통유리가 되어 있는 자동차와 달리 운전석에서 좌우를 다 볼 수 없었다. 현장검증 결과 운전병 자리에서는 두 여중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교통사고였다.
범대위 발족과 시위 시작
이 사고가 일반에 알려지면서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약칭 범대위)'라는 이름의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것을 주도한 것은 민노총·전교조 등 500여 개 좌익·좌경 단체들이었다.
이들은 “미군 장갑차가 일부러 어린 여중생들을 깔아 죽였다. 처음에 안 죽으니까 후진하여 터뜨려 죽였다” “사망한 두 여중생이 1인당 60만 원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을 죽인 장갑차 운전병을 무죄로 판결할 수 있느냐”는 글을 각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리면서 대중을 선동했다.
또한 민주당 지지자였던 김기보(ID 앙마) '오마이뉴스' 기자가 자신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그것을 타인의 글인 것처럼 꾸며 신문에 기사화하면서 촛불시위를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위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이 반미 촛불시위로 뒤덮였던 그해 12월19일에는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당시 촛불시위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동 세력은 효순·미선 추모 촛불시위를 매년 지속적으로 열어 반미의식을 고양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2022년 6월11일에는 두 사람의 사망 20주기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는 사고 10년 뒤인 2012년 6월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교통사고다. (미군들이) 애들이 미워서 낸 사고가 아니지 않나.” “얼굴도 모르지만 그 미군들도 이젠 마음의 짐을 덜고 편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효순·미선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기 바라고, 추모행사에 다른 분들은 그만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의 실체
2008년 5월2일에서 8월 초까지 약 3개월간 또 한 번의 대형 촛불시위로 광화문광장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이명박정부 출범 2개월 뒤인 5월2일부터 일어난 반정부 시위였다.
진보연대 등 1800여 개 좌파 단체가 동참했고 광우병대책위원회라는 시위 컨트롤 센터가 3개월간 시위를 이끌었다. 광화문광장에만 많을 때는 60∼70만 명이 모였다. 일반인, 가정주부, 중·고등학생은 물론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나섰다.
당시 시위의 프레임은 ‘미국 소=광우병=미친 소’였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괴담의 정도도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소를 이용해 만드는 라면·캡슐·과자 등 식품은 물론 화장품·생리대·기저귀 등 600여 가지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촉발요인은 MBC PD수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미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타결하고 열흘쯤 지난 4월29일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을 한 것이 문제였다.
그 프로에서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자료화면으로 거듭 보여 주면서 미국 소의 광우병 가능성을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거듭해서 화면에 나오는 ‘넘어져서 버둥거리는 소’를 광우병 걸린 소로 생각하고 그런 소를 무작정 수입하려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분노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넘어진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아니라 동물 학대로 관절을 다친 소였다. 검찰이 해당 프로를 만든 김모 작가를 압수수색 했는데, 그의 이메일에서 “출범 100일 된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으려 했다”는 글이 나왔다.
뇌 송송 구멍 탁
이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광우병대책회의였다.
광화문 등 시위 현장에 가면 누군가 양초와 컵도 주고 불까지 붙여 주었다. ‘너나 처먹어’ ‘MB OUT’ ‘뇌송송 구멍 탁’ 등 온갖 자극적 문구가 적힌 빨간색 코팅 용품을 나눠 주기도 했다. 또한 시위 현장에는 밧줄이며 쇠파이프·현수막·깃발 등 일체의 시위용품이 구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무대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고 선동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끌었다.
이들은 시위 물품 제작·배포는 물론 구체적 행동 지침까지 하달했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투쟁에 철저히 준비된 사람들이었고, 많은 돈까지 준비했다.
촛불의 정치적 영향력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첫째,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감을 깊이 심어 주고 국민들 속에 반미의식을 깊이 내재화시켰다.
둘째, 좌파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시켰고, 이명박정부를 무력화시켰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직후 광우병 촛불시위를 통해 좌익 세력의 위세에 눌려 그들과 대결하기보다는 중도실용론으로 선회하여 타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셋째, 광우병 촛불시위는 역사 이래 최대의 광장투쟁으로 좌파 세력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시험하는 기회였다. 이를 통해 힘을 키워 2016년 10월 박근혜 퇴진 투쟁 촛불시위를 통해 우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좌파 정권을 창출한 것이다.
넷째, 광우병 촛불시위에는 10대·20대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당시 촛불시위에 참여해 “너나 처먹어”라고 소리쳤던 경험이 학생들의 뇌리에 새겨졌고 이것은 이후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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