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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 여성복 ‘사리’는 5m 가량의 장방형 옷감이다. 산스크리트 어휘 샤티(=옷감)가 힌디어를 거쳐 사리로 정착됐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출발한 의상인 사리엔 이음새나 박음질이 없다. 재봉을 가하지 않는 게 성스러움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벵골 출신 여성 개혁가 쟈난다난디니 데비(1850~1941) 이전엔 맨몸에 긴 천을 둘둘 감아 걸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사리 스타일은 근대화의 산물인 셈이다.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상의 ‘촐리’ 아래 속치마를 입고 긴 천을 허리에 두를 때 맵시 있게 주름잡아 고정시키기 쉽게 했다. 여분의 자락은 어깨 너머로 넘겨 스카프처럼 연출한다.
사리는 소재·문양뿐 아니라 착용 방식으로 우아함과 화려함을 더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천 길이가 8m쯤 필요하다. 한화 1만 원 선에서 귀금속·보석이 박힌 몇 천만 원짜리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보여 준다. 인도 온라인쇼핑몰에서 고급 사리를 구매할 때 ‘피부색’이라는 항목을 클릭하면 색상 선택을 조언해 준다. 유럽·중동과 이어진 북반구, 아프리카와 바다로 직접 맞닿은 남반구 이 양쪽에서 온 사람들이 인도 아대륙에서 만난 셈이라 인도는 동서남북 지역에 따라 인종·언어·문화가 확연히 다르고 피부색 또한 천차만별이다.
사리와 대조적으로 추운 지역에서 발달한 민족의상이 치파오(旗袍)다. 20세기 이래 차이나드레스로 불려 온 치파오는 만주족 8기(旗)군 의상인 남녀 공용 핫옷(솜을 둔 옷)에서 왔다. 목·몸통을 감싸는 펑퍼짐한 원피스, 기마·유목 생활에 최적화된 옷이었다. 치파오에 잘록한 허리선과 옆트임이 들어간 것은 1930년대 중국 상업주의 내지 ‘모던 상하이’의 힘이다. 이젠 접하기 힘들어진 영어 동사에 ‘상하이하다’(shanghai·질펀하게 놀다)라는 신조어가 있었을 정도다. 자본주의적 번화함 속에서 치파오는 하이힐을 만나 현재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하이힐을 신으면 가슴·엉덩이가 곧추세워져 신체 곡선이 두드러지게 돼 있다.
힌두 국수주의와 심미적 욕구로 상승세인 사리에 비해 치파오는 난관에 봉착했다. 만주족 의상이 중국의 대표 의상으로 통용되는 게 불만스러워진 사람들이 ‘한푸’를 강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표준중국어에서 ‘韓服’(한국 옷) ‘漢服’(한족 옷) 모두 발음이 ‘Hanfu’지만 성조는 정반대다. 한반도 고대 복식 일부가 漢服의 변형일 수 있으나 투피스 韓服을 중국 옷이라고 우긴다면 ‘만물 대륙기원설’ 신봉자냐며 놀려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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