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태양절 명칭 변경으로 문화적 남·북 분단 더 깊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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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영향력 폐기하고 김정은 자신만의 정치질서 세워“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7 15:12:27

▲ 북한 김일성 생일 112주년 경축 평양학생소년궁전 예술소조원 종합공연 진행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을 태양절 대신 ‘4월의 봄’으로 명칭을 바꿈으로써 남·북 간 문화 단절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북한은 1997년 이후 김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4·15’ ‘4·15절’ ‘4월의 봄 명절’ ‘4월 명절’ 등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온라인시리즈 ‘사라진 태양절과 4·15의 함의’를 통해 “대규모 스펙터클과 오락이 포함된 행사, 의례와 축전이 거행되는 태양절이 거행되는 한 김일성의 영향력은 계속된다”라며 “(태양절 명칭 폐기는) 선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자신만의 정치 질서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명명의 변화는 단지 이름이 바뀐 게 아니라 사회와 문화적 맥락,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관련돼 있다”라며 “설과 추석이 계절의 자연적 요소에 더해 조상을 기리는 민속의 전통을 반영하듯 앞으로 북한에서 기념될 4월 명절은 사회주의적 문화와 선대 수령에 대한 조상숭배의 성격을 포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4·15가 세시(歲時) 절기의 명절이 되면 김일성은 건국 시조의 위상을 가지면서 김정은의 정치적 뿌리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문화적 토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이는 남·북한이 민족문화로서 공유하는 24절기에 변형을 줘 문화와 전통의 분리를 촉진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국가론이 공표된 이래 분단에서 분리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평양문화어보호법이 남·북한 언어의 다름을 명문화했듯, 절기 명절처럼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관례가 만들어진다면 문화적 분단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태양절’이란 명칭은 북한 선전용 월간지에서도 사라졌다.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5월호는 김일성 생일 112돌을 맞아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김일성 생일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이라고 표기했다.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태양절이란 표현은 한 차례도 쓰이지 않았다.

특히 김일성의 생일 소식이 7번째로 밀렸으며 관련 보도는 4쪽 분량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개최 소식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기사 내용도 김일성 생일보다는 공연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첨부된 사진에도 모두 축전 참가자들의 공연 모습만 담겼을 뿐 김일성의 동상이나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사진 역시 실리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의 ‘태양절 지우기’ 작업을 두고 김정은이 선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임수진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슈브리프 ‘금년 북한 태양절 기념행사 축소 의미 및 시사점’을 통해 “경제 악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교양을 통한 정권 찬양, 특히 무조건적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정책이 체제 유지 및 최고지도자의 권력 공고화에 더 이상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