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최우선인 정부… 속 타는 에너지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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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최우선 삼은 정부 방침… 전기·가스요금 상반기 동결
한전 부채 200조·가스공사 미수금 14조 육박… 하반기 인상 관건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7 13:17:21

올해 상반기 전기·가스요금이 모두 동결된 데다 최근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양 공사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 주택용 가스요금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가스공사에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매공급비용을 별도의 통보 전까지 현행대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정부가 목표로 잡고 있는 ‘올해 2%대 물가’가 중동 긴장 고조 등 여파로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결 기조를 확고히 한 것이다.

이에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초 메가줄(MJ) 당 1.04원 인상된 이후 1년 넘게 답보 상태다. 앞서 가스업계 안팎으로는 하절기에 가스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5월 중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은 정부의 기조 때문에 요금은 결국 동결되는 추세다.

다만 하반기에는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해 13조7000억 원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가스요금보다 연료비가 비싸면 이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돈으로 인식해 ‘미수금’으로 회계처리한다. 장부상 회수 가능성에 따라 적자가 된다는 의미다.

가스공사가 정부 방침에 따라 가스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원가보다 저렴하게 가스를 팔면 미수금은 더욱 쌓이게 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요금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업계는 가스공사 재무상황도 부분자본잠식 상태라 하반기 중으로 요금 인상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전기 요금이 동결되며 지난해 말 기준 한국전력의 부채는 2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증권가에서 예상하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방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될 전망이 나오는 데다 겨우 흑자 전환한 상황에서 4조~5조 원에 달하는 연간 이자비용을 상쇄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말 창사 이래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경영 위기를 전사적 인력 구조 개편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