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회귀·빙의·환생)’ 지고… 현실공감 웹툰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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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복수… 뻔한 소재에 독자들 식상
부동산·인플루언서·백수 소재 리얼리즘 인기몰이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9 19:22:38

웹툰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한동안 유행하던 회귀·빙의·환생(줄임말 ‘회빙환’) 소재 대신 현실을 반영한 극사실주의 작품이 떠오르며 독자적 장르로 자리잡아 갈 분위기다.

웹툰은 K컬처의 하나로서 이 분야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 웹소설과 더불어 영화·드라마 원작이 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웹툰계의 변화가 대중 서사장르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웹툰·웹소설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회빙환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편한 설정으로 애용돼 왔다. 타임슬립(회귀), 신내림·뒤바뀐 영혼(빙의), 이미 인생을 한 차례 겪어 본(환생) 주인공이 현재를 전지적 입장에서 헤쳐나가는 모습 등 이제 새롭지 않은 설정이다. 대중이 식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회빙환 인기의 대표적 이유로, 고도산업사회 특유의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제공했다는 점이 꼽힌다. 현실 삶의 절박한 목표 달성의 압박과 좌절을 잊게 하고 시원한 전개로 독자에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출현 당시엔 참신한 발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한 웹툰 애호가는 “작가 입장에선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개연성 구축에 각별한 공을 들이지 않아도 회귀·빙의 또는 환생했다 하면 모든 게 설명된다”며 “작품을 빨리 완성해야 할 웹소설·웹툰에 특화된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웹소설과 드라마로도 성공한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든가 ‘어게인 마이 라이프’ 역시 회빙환 류다. 네이버웹툰에서 회귀·빙의로 검색하면 약 100건의 작품이 제시된다.

다만 대중은 쉽게 싫증을 낸다. 최근 회빙환 소재에 대한 피로감 속에 극사실주의 작품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웹툰에서 ‘하이퍼리얼리즘’을 키워드로 넣으면 웹툰 ‘대학원 탈출일지’를 비롯해 30건이 검색된다. 그 중 17건은 연재 중이다.

▲ 네이버웹툰은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하이퍼리얼리즘 웹툰 공모전을 개최한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연재 중인 ‘대학원 탈출일지’는 대학원에 진학한 주인공이 연구에 무관심한 교수와 상명하복의 연구실 내 권력관계 속에서 겪는 고충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팔이피플’은 소셜미디어 유명인의 삶을 생생하게 자세히 표현했다. 이러한 극사실주의 작품은 현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부조리와 인간 보편의 허영심을 꼬집고 비튼다.

극사실주의 작품 비중 증가 현상에 대해 평범한 독자들이 실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일어날 만한) 일들과 관련해 공유·공감하길 원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장정아 공주대 교수는 ‘만화의 리얼리즘 연구’에서 이들 사실주의 만화의 특징으로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묘사·평범한 등장인물·실제 경험의 기록”을 들었다.

이 같은 경향에 박차를 가하듯 네이버웹툰이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웹툰을 모집 중이다. 2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024 연재 직행열차 투고작 모집’ 제하의 공모전도 열린다. 극사실주의 웹툰이 얼마나 빠르게 어떤 형태로 대세가 될지, 나아가 다른 서사 장르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