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제국의 꽃’ (117) 신임장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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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독립국가인 대한제국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23 06:30:30

“무엇이겠느냐?”

고종이 되물었다. 고종의 눈빛은 민영환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중전이 가시던 날 새벽,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가 있다. 대한제국을 세워 서구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굳게 마음을 나누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일본은 빨리 적응하고 변화하여 군사 강국이 되었고 이제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 중전을 해친 그놈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가 치솟는구나.”

고종이 말을 멈추었다. 고종의 분노의 불꽃이 민영환에게 전해졌다. 그는 감히 용안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민 공! 지금 조선이 신식독립국가인 대한제국으로 거듭날 것을 도울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먼 길 가면서 대한제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다 담아두어야 한다. 눈에 귀에 피부에 마음에 꼭꼭 쟁여놓아야 한다. 대한제국의 기초가 든든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국방의 힘이다. 다시는 궁궐에 왜군들이 들어올 수 없어야 한다. 짐은 신식 군대에 기반한 첨단 무력 위에 그 어느 나라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백성의 나라를 세울 것이다.”

“폐하, 미욱한 소신, 깊은 뜻을 받들겠나이다!”

민영환이 의자에서 내려와 엎드려 절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났고 윤치호가 들어왔다.

“밖에 경치가 아름다운데 이렇게 처박혀 계실 겁니까?”

“좋으셨습니까? 저는 머리가 무겁습니다.”

민영환이 화들짝 대답했다. 이곳은 러시아이다.

“공사 나으리, 기쁜 소식입니다. 내일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되었습니다.”

윤치호가 마주 앉으며 말했다.

“슈타인이 공사께 직접 전하려 했는데 방해하지 말라 명하고 방에 들어가셨더군요. 그래서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황제께서 조선을 도와주셔야 할 터인데요.”

민영환이 반가움 반 염려 반으로 말했다.

“잘 되겠지요! 공사님의 책임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다시 보기 힘든 모스크바도 즐기십시오. 머리가 가벼워져야 일도 잘됩니다.”

윤치호는 경쾌하게 말하고 물러갔다.

다음날인 6월 6일 오후 3시경 그들은 니콜라이 황제를 만나 조선의 요청사항이 적힌 신임장을 전달했다. 민영환은 조선의 입장을 확실하게 황제에게 전달했다.

“조선은 러시아의 힘을 의지하여 안정된 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일본과 동맹을 맺게 되면 조선은 당혹스럽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협약은 조선에게 고통을 줄 뿐입니다. 폐하께서는 일본의 중재에 동의하지 않으실 줄로 생각합니다.”

“물론이지. 안 되고말고!”

니콜라이 황제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황제는 길고 반듯한 얼굴을 지닌 미남이었다. 검고 짙은 눈썹 밑으로 깊은 눈매가 인상적이다.

“내게 말한 모든 것을 로바노프 대신과 재무대신에게 그대로 전하시오. 그들이 실무를 준비할 것이오. 러시아가 조선을 도울 것이라 기대해도 좋습니다.”

황제는 매우 단호하게 답했다.

민영환은 고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의 내용은 베베르 공사와 슈페이예르 공사의 헌신과 협조에 감사하는 내용이었다. 황제는 이것을 읽고는 기쁜 일이라고 화답했다. 민영환은 황제의 우호적인 태도에 기분이 좋았다. 숙소로 돌아온 윤치호와 슈타인은 페트로프스키 공원을 돌아보고 음악과 연극을 보고 차를 마셨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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