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법정서 정진상에 “양모 코트 입고 돈 봉투 3개 전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정민용 돈 받고 정진상 전달하려 봉투에 돈 넣어”
이재명 대장동 개발특혜·정진상 뇌물수수 재판 병합키로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1 14:17:25

▲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하기 위해 모직코트 속에 돈을 넣었다는 과거 상황을 법정에서 재연했다. 정씨 측 ‘10이월에 모직코트를 입었느냐’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자 검찰은 당시의 날씨로 유씨 증언을 뒷받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공판에 증인 출석했다. 정씨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유씨가 2020년 10월 정 씨에게 다시마 비료사업과 관련한 청탁 대가로 3000만 원을 건넨 장면을 보여줬다.

유씨는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이를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지봉투에 넣었다”며 준비된 5만 원권 현찰뭉치를 봉투 3개에 나눠 담은 뒤 봉투 2개를 착용 중인 검정 모직코트 안 주머니, 1개를 바깥 주머니에 넣어 보였다. “안주머니에 단추를 채워 잠갔던 기억이 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씨가 과거에 제출했다가 검찰 측에서 준비해 온 코트였으며 5만 원권 600장과 봉투 등은 유씨 변호인 측에서 챙겨왔다.

정씨 변호인이 ‘옷 두께’를 지적하며 “10월에 모직 코트를 입었느냐” 꼬집자 유씨는 “쌀쌀해서 입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찰 역시 “당시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졌다”고 힘을 보탰다. 정씨 측은 여전히 “두꺼운 봉투를 3개나 두꺼운 코트 주머니에 넣어 전달하는 상황이 부자연스럽다”며 진술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유씨는 정씨의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3000만원을 전달한 과정도 직접 재연했다. “정씨 방에 캐비닛이 있었다. 서랍을 열고 돈을 넣었다”며 “정씨의 자리 앞에 원탁이 있었고 뒤쪽으로 출입문이 있었다. 원탁에 앉아서 둘이 얘기를 했다”며 당시 광경을 말로 그려냈다. 정씨 변호인은 “유씨가 검찰에 수차례 불려가면서 진술이 달라졌다”며 유씨의 검찰 출입기록을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해 검찰 측과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 공판은 1시간 20분 만에 끝났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공판 개시 후 ‘이 대표의 근육 소실’을 들어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재판을 빨리 끝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빌지만 (공판이) 이미 한 번 연기됐다”며 “영장심사 때도 의료진 대기 상태에서 9시간 심문이 진행됐고 오늘은 그때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고 받아쳤다.

앞서 유씨는 2021년 11월 대장동 비리와 관련해 성남시 측 최고위직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7월 검찰의 전면 재수사 착수 후 범행을 시인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김용·정진상과 이 대표 기소가 잇따라 이뤄졌다. 이 대표의 법정진술과 달리 유씨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 민간업자들을 위해 ‘맞춤형 공모’를 진행하고 이를 이 대표와 정씨에게 보고한 것으로 증언했다. 정씨는 민간업자에게 2억4000만 원을 받았으며 대장동 수익 중 428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돼 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정 전 정무조정실장 재판은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 재판과 합쳐져 17일 첫 재판이 열린다. 같은 의혹으로 6일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의 두 번째 공판일정에 맞춰 정 전 실장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