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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시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택시잡기가 힘들어진 탓에 심야 시간대만 되면 거리를 배회하는 시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택시 승차율이 줄었고, 택시업계를 떠나 수입이 높은 다른 업종으로 택시 기사들이 대거 이탈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심야 택시난을 완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업계와 시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탈한 택시기사를 다시 업계로 불러오기 위해 심야 시간대 호출료 등 각종 요금을 인상했는데, 1만원을 웃도는 금액까지 올라 시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택시대란 잡기’ 총력전… 규제 풀고 호출료 올린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10월4일 발표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이후 심야시간 택시수요는 약 4배 급증했지만, 택시기사 수가 줄어들어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심야시간에 택시를 호출할 경우 5번 중 4번 꼴로 배차에 실패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사이 택시 배차 성공률은 20%에 불과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배차성공률이 61%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택시를 이틀 간 운행한 뒤 하루를 쉬는 것을 골자로 한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는 등 불합리한 택시규제를 적극 개선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택시기사를 희망할 경우 ‘아르바이트’ 형식의 파트타임 근로도 도입하는 등 운영 형태 개선과 더불어 심야 시간대 대중교통을 연장 운행하는 등 공급 확대를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어 현행 최대 3000원 상당의 호출료를 가맹택시의 경우 최대 5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연말까지 수도권에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수요가 많은 시간대와 지역에서 높아지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호출료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또한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20% 오른 금액을 적용하던 심야 할증도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40%를 적용하고, 이 외 심야 시간대에 20%를 적용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인상된 호출료 등 요금의 대부분은 기사에게 배분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시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택시기사 오근수(가명)씨는 “기름값을 포함한 모든 물가가 다 올라 당연히 택시요금도 진작 올랐어야 했다”며 “정부가 제시한 호출료 인상을 비롯해 서울시가 추진 중인 기본요금 인상 등도 수년간 택시요금이 동결됐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이어 “택시 요금이 오르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지 모르겠으나, 그마저도 1~2개월 지나면 이 가격에 적응해 금방 정상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우려를 나타내는 택시기사도 적지 않았다. 택시기사 A씨는 “일반 직장인들이 대략 9시간 일해서 200만원 가량을 받는다면, 택시기사들은 그 1.5배를 일해야 한다”며 “12시간 꼬박 일해도 200만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 이러한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내놓은 방침들은 일시적인 ‘당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택시 타느니 차라리 모텔에서 자고 갈래요”
앞서 서울시는 기존 3800원이었던 택시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기본요금으로 2km 운행이 가능하던 것을 1600m로 거리도 단축시키기로 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대책대로 요금이 인상된 경우를 가정했을 때, 오후 11시부터 2시 사이에 택시에 탑승한 경우 택시 기본요금은 4800원에서 심야할증률 40%를 적용하면 6720원으로 오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인상된 호출료를 최대(5000원)로 적용할 경우 택시에 탑승하기만 해도 기본요금이 1만1720원이 된다.
이에 시민들은 택시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환영하면서도 택시비가 인상된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승준(24) 씨는 최근 강남에서 술자리를 가진 후 귀가 대신 모텔에서 하루 묵는 것을 선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는 “귀가하려는데 택시가 잘 잡히지도 않고, 택시 요금이 만만치 않아 가성비를 따져봤을 때 모텔 숙박비를 분담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해 일행과 함께 하루 묵은 적도 있다”며 “택시 대신 모텔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우 수요 증가에 따라 숙박업계가 가격을 인상하기라도 하면, 코로나19 때처럼 아예 밤에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정부가 내놓은 이번 택시대란 대책이 미봉책이 되지 않으려면 가격 인상뿐 아니라 택시업계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문제점 등을 해결하면서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장기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김정주(25)씨는 “직무 특성상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야간 근로를 하게 되는 경우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1만원 이상으로 택시비가 인상되면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 장사가 되지 않던 택시기사들이 이탈하면서 택시대란이 발생했다는데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면 장사가 되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호출료 인상에 대해 “택시수급 상황이나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호출료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국토부는 이와함께 렌터카 등을 활용한 타다·우버 등의 비(非)택시 사업모델의 활성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타다·우버 등 비택시 사업모델이 과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좌초된 전례도 있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택시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택시업계에는 택시총량제라는 엄격한 관리제도가 시행 중”이라며 “타다 등과 같은 ‘유사택시’ 사업자의 진입을 쉽게 하는 것은 택시총량제의 시행 목적을 정부 스스로 거스르는 행태”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심야 택시난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 택시 요금은 일본 등 여타 선진국 대비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높은 요금 때문에 택시 이용에 있어 저소득층이 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애당초 택시는 대중교통도 아닐 뿐더러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목적지까지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이동수단임을 꼭 인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심야 시간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택시요금을 낮출 것이 아니라 심야 버스를 확대하거나 지하철 시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써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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