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흥행 성공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제2금융

900억 모집 3300억 매수주문… 발행금리 5.69%
기업가치 제고한 롯데카드 매각 가능성 높아져
중소가맹점과 갈등 매각 걸림돌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8 10:52:00

▲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카드는 9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280억 원이 참여했다. 발행금리는 모집액 기준 5.69% 수준이다. 연합뉴스

롯데카드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3000억 원 이상의 수요를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발행액은 1780억 원 수준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와 달리 자본으로 분류된다. 자본금을 확충함에 따라 시장에선 롯데카드 매각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매각 의지를 다지고 있으나 높은 매각가, 중소 가맹점과의 갈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롯데카드는 9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0)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28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1780억 원까지 증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금리는 연 5.69%로 확정했다. 공모 희망금리 밴드(연 5.50%~6.10%) 수준이다.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담았다.

롯데카드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은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준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산)은 14.96%, 레버리지 배율은 7.01배다.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으로 제한한 규제범위(배율 8배)에 근접한다. 이번 발행으로 롯데카드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을 15%, 레버리지 배율을 6배 중반 수준으로 개선할 전망이다.

해외법인에 대한 자본 확충도 적극적이다. 롯데카드는 2일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 달러(약 937억 원) 규모로 증자했다. 2018년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를 인수하며 베트남 사업에 진출한 후 최대 규모다. 사업구조 개편 기반 마련,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 안정적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롯데카드가 잇달아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 롯데카드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롯데카드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해서 기업가치를 키운 뒤 3~5년 내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매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뒤 기업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카드는 2020년 8월 신용·체크카드 ‘로카 시리즈’를 출시한 뒤 1년 만에 발급 100만 좌를 돌파했고 2월엔 400만 장까지 넘어섰다. 카드업계 내 입지도 탄탄하다. 3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전체 회원 수는 936만9000명이다. 주요 카드사 9개 중 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실적도 양호하다. 2019년 714억 원이던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2020년 989억 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1년 2258억 원, 2022년 2780억 원, 2023년 3679억 원으로 매년 체급을 키웠다.

매수·매도 측 모두 만족할 만한 M&A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 거론하는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 원이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때 책정한 몸값(1조8000억 원)의 1.6배 수준이다. 당시 자본총계(2조4000억 원) 대비 0.75배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자본총계(3조1075억 원)에 0.75배를 그대로 적용하면 2조3307억 원 안팎의 몸값으로 계산된다.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업계 1·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6219억·6094억 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5월 롯데카드가 맥쿼리자산운용에 로카모빌리티를 4000억 원에 매각한 것까지 고려하면 시장가격은 감소할 수 있다.

중소 가맹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매각엔 걸림돌이다. 한국마트협회는 지난달부터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롯데카드의 가맹점 수수료가 2.13%로 업계에서 높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협회 회원사 6000여개 중 절반 가까이 롯데카드 가맹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지원에 앞장섰던 브랜드 신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부분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