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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행복하세요?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당신에게 묻곤 합니다. 진짜 당신의 답을 듣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텔레파시를 보내고 싶은 건지도 몰라요. 당신이 계신 그 먼 곳까지 닿지는 못하겠지요. 그래도 ‘당신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소리 내어 말해 봅니다.
마법의 주문을 걸듯 힘주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눈앞에 당신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지요. 입을 꼭 다문 채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립니다. 그러면 웬일인지 겨자를 삼킨 것처럼 코끝이 매워져 눈물이 핑 돌기도 합니다.
미어캣을 아세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사막에 사는 작은 동물을 봤습니다. 마른 언덕에서 몸을 곧추세우고 적이 있나 없나 주위를 살피는 사막의 파수꾼이라고 하더군요. 귀를 쫑긋거리며 왼쪽 오른쪽, 먼 곳을 경계하는 그들의 까만 눈망울이 잊히질 않아요.
긴장과 두려움이 뒤섞인 그들의 눈빛이 기다림과 똑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계와 기다림이 닮았다니.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는 걸 인정해요. 그들은 삶과 죽음 사이를 위태롭게 뛰어다니고 있는 거니까요. 적의 기습을 받으면 목숨을 잃게 되는 절박함과 한가로이 창가를 서성이는 듯한 그리움을 빗대는 건 어리석은 감상일 테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긴장시키지 않는 것을 사랑해 본 적 있나요? 사랑은 곤두서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합니다. 펑퍼짐하게 놓아 주지 않아요. 우리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이 다가올까 봐 쉼 없이 주위를 경계하는 것과 사랑이 떠날까 봐 끊임없이 긴장하는 것, 둘 다 생존의 문제인 것입니다.
당신의 그 표정, 그래요. 두 번째가 왜 생존의 문제냐고 묻고 싶은 거지요? 들어 보세요. 인류학적으로 보면 사랑도 결국 종족 보존을 위한 뇌의 착시라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해석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방어적인 생존 전략이고, 사랑은 전진적인 생존 투쟁인 것이지요.
그리운 이가 혹시나 나를 못 보고 지나쳐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맹수가 나를 발견하고 덮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상상해 보세요.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무사히 살아 냈구나 하는 안도와 오늘도 그는 오지 않았어 라는 절망을 저울에 달아 본다면 오히려 죽음보다 기다림이 훨씬 무겁지 않을까요? 차라리 사랑하는 이에게 목이 물려 죽고 싶은 것, 그게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이란 참혹한 것이네요. 그렇게 보면이별은 슬픔과 어울리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별이란 사실 오래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니까요. 나도 당신도 자유를 얻은 것이지요. 그러니 참 신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난 아무리 애를 써도 즐겁지 않습니다. 축제 같은 이별을 즐길 수가 없어요. 이런. 당신, 웃고 계시지요? 그래요. 난 늘 말도 안 되는 비논리로 당신을 어이없어 웃게 만들곤 했지요. 그래요. 당신은 지금처럼 그렇게 웃으세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웃음이라 해도 당신이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우리의 이별은 절반은 성공적인 거니까요. 그렇죠? 그래도 꼭 한 번만 더, 당신의 그 웃음, 보고 싶습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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