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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샌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우리의 사랑도 변해/잘 말아 줘 잘 눌러 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 줘 날 안아 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지게 해….”
2000년대 초 가수 자두가 부른 ‘김밥’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다. 당시 신세대답게 톡톡 튀는 가사로 김밥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게 인상적이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소풍 가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식이 김밥이었다. 집에서 정성스레 만든 엄마표 도시락 김밥으로 메뉴 통일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김밥을 못 싸 오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이들은 쑥스러운 어린 마음에 홀로 숲속에서 맨밥을 먹곤 했다.
김밥이 대유행을 하게 된 것은 24시간 편의점 덕택이다.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연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삼각김밥이 처음 등장했다. 모양도 파격적인 삼각김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편의점은 전국 점포 수 5만여 개, 하루 이용자 약 1600만 명으로 이용률이 가장 높은 소비 채널이 됐다.
김밥에는 단무지·달걀·어묵·소고기·당근·시금치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넣는다. 김치·참치·치즈 등의 재료를 넣어 다양하게 맛을 내기도 한다. 모양에 따라 삼각김밥·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든 꼬마김밥·재료를 김으로 싸고 밥이 겉으로 나오게 만든 누드김밥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 맨밥에 김을 싸고 반찬은 별도로 내는 충무김밥도 있다. 속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치즈김밥·참치김밥·김치김밥 등 수십 가지 이름으로 변신하는 독특한 음식이다.
불고기·김치 등 전통적인 한식에서 벗어나 김밥은 떡볶이·만두 등과 함께 웰빙식으로 K푸드의 첨병이 되어 세계를 휘저은 지 오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김밥관련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기도 하다. 전남 신안군은 K김밥 월드컵을, 경기도는 제1회 전국 K푸드 김밥 대전을 연다고 한다. 발랄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기막힌 김밥이 나올지 자못 기대된다.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김밥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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