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호르무즈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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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호르무즈 해협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06:30:30

▲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해 이란군 헬기가 공중에서 감시 비행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라비아 반도 동쪽 걸프만 입구이며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은 한마디로 ‘에너지 동맥’이다. 아라비아 반도 서쪽의 홍해는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더라도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통한 우회가 가능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할 경우 우회로가 없다. 세계 원유의 20%·액화천연가스(LNG)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며 이 물동량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한다. 매일 1700만 배럴의 석유가 이곳을 지나는 것이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이란의 작은 섬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으로 더 유명하다. 해협의 폭은 약 50km 정도로 최소 폭은 39km. 수심은 100m 내외 정도다.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은 10km에 불과하다. 게다가 드나드는 선박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폭 3km의 중앙분리구역이 설정돼 있다. 해협의 북쪽은 이란의 영토이며 남쪽은 오만에 속하지만 유조선들은 수심이 비교적 깊은 이란 영해를 지나가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교통과 무역의 요충지였다. 8세기부터 아랍인들은 인도양 진출을 위해 이곳을 개척하고 지배했다. 동방견문록을 쓴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와 선교사 오도릭 등 세계적인 여행가들 모두가 이곳을 거쳐 갔다. 호르무즈는 중동 무역의 요지로 번성했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17세기 포르투갈 세력을 축출하고 중동 진출과 인도양 무역의 거점으로 삼았던 곳도 호르무즈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해로에 비해 선박 운송량이 매우 많다. 분쟁으로 해상을 봉쇄하는 바람에 국제 유가가 폭등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전쟁과 1990년 걸프전쟁 때에도 그랬다.

이란이 최근 300여 발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앙숙인 이스라엘을 공습했지만 대부분 요격됐다고 한다. 하지만 군사력이 막강한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유가 충격이 빚어질 게 뻔하다. 이란이 걸핏하면 협박용으로 꺼내는 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중동지역에서 석유가 바닥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유가의 뇌관일 수밖에 없다.

기름값이 오르면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고 제조업 생산 단가가 높아짐은 물론이다.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 서민들은 직격탄을 맞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판이다. 국제 유가는 민생경제와 직결된 만큼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