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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선관위 비리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
부정비리 온상 선관위에 선거관리 맡길 수 있나
부정선거 의혹 제거 위해서라도 재정비 불가피
공직사회 만연한 부정… 국정원 업무 복원 시급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03 06:30:42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만천하에 들어났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그 선거의 전 과정을 외부간섭 없이 관리해야하기에 독립기관 지위까지 가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0년간 총 1200여 건의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특히 그중 291건의 경력직 채용의 경우 ‘100%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선관위의 장기간에 걸친 위법 행위가 4.10총선 이후에야 발표됐다는 데 있다.
 
감사원은 총선이 끝난 20일 후인 지난달 30일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였다. 어찌 보면 4.10 총선 이전에 이와 같은 선관위의 조직적인 대형 불법행위 사실이 밝혀지고 선관위를 재정비한 후에 총선에 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대한민국 선거 관리 업무에 있어 무소불위의 권한을 전제로 진행된 그들의 부정비리 수법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던 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러한 국가 기강을 흔드는 일들은 통상적으로 국정원의 국내정보 업무부서가 인지하고 직속상관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 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압적으로 국정원의 국내정보 업무를 마비시켰고, 2020년에는 아예 국정원법 자체를 개정하여 국내 정보업무와 방첩업무를 삭제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 법에 따라 국정원내 국내정보부서는 해체되었으며 방첩업무는 2024년 1월1일부로 경찰에 완전 이관되었다. 사실상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대통령 포함 고위 공무원들의 친인척 비리 정보까지 수집 보고하여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나 그러한 순기능까지 말살해 버린 것으로 대통령은 편향되고 제한된 정보만 알게 되는 한계에 빠진다.
 
국민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겠으나 선관위원장은 ‘총리급’ 공무원이다. 그리고 그 밑에 상임위원과 사무총장이 ‘장관급’이며 사무차장은 ‘차관급’이다. 4급 서기관 이상만 350명이 넘을 정도로 비대한 조직이다. 이번 적발을 통해 전직 사무총장(장관급)·사무차장(차장급)·시도 선관위 상임위원(1급) 등 포함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이 직권 남용,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증거 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전현직 직원의 ‘예비 사위’까지 채용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인사 시스템이 마비되고 인사비리가 관례화 되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경우 그 아들을 선관위 내부에서 ‘세자(世子)’라 부를 정도였다니 선관위의 부패 수준은 감사원 감사 정도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적발된 전·현직 관련자 모두와 불법 채용된 현직 직원 모두를 법에 따라 강력 처벌하고 추가 범죄자들을 반드시 발본색원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이런 부정비리가 넘쳐나는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선거 관리를 맡기고 있었다는 사실은 온 국민으로 하여금 그간 제시되어왔던 사전선거의 문제점 및 부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으로 증폭시킬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던 만큼 공정선거 관련 일말의 의혹이 없도록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물론 포렌식 장비 및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세세한 정밀 감사를 하고 단순 채용 비리 수준을 넘어서 선거관리 업무 프로세스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와 각종 장비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게다가 북의 지령을 받는 불순분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직원 전체에 대한 정밀한 신원 조회도 필요하다. 이는 선관위가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근간인만큼 당연한 요구인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 단계부터다. 그나마 제한된 인력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일했을 감사원의 노력으로 이제서야 선관위의 고질적이고 조직적인 불법행위의 일부분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아주 작은 조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오랜 세월 독립기관으로 외부의 견제도 없이 고인물 중 고인물이 되었을 선관위의 부패와 부정비리, 이번에 처음으로 불법행위가 적발되었으나 파면 팔수록 숨겨져 있을 추악한 불법행위가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나올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국민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와 같은 비리가 선관위에만 있겠는가 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과도하게 증원된 공무원 조직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감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감사원의 인력과 역량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정원 국내정보 복원이 시급하다. 하지만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은 지금 총선 패배로 인해 국정원법 재개정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는 지속적으로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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