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부패 척결… 사기· 돈세탁 기업인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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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U “185억 원가량 해외서 합법화 확인”성명 발표
젤렌스키 “수십 년 지속되온 약탈 사업 더는 없을 것”
러 전쟁중 단행… EU 가입 등 ‘서방 신뢰 얻기’ 행보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3 11:25:28

▲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콜로모이스키가 집 문 앞에서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법원은 콜로모이스키에게 2개월 구금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X(옛 트위터) 캡처

러시아와 전쟁 중에도 부패 척결에 나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업가 이호르 콜로모이스키를 사기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했다.

로이터통신·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법원은 콜로모이스키에 대해 2개월간 구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콜로모이스키는 2013∼2020년 5억 흐리브냐(약 185억 원) 이상을 해외로 인출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은행을 이용해 합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성명을 발표했다.

SBU은 콜로모이스키가 집 문 앞에서 체포하려는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도 공개했다.

자유유럽방송(RL)은 그의 변호인이 이번 판결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항소할 것이며 5억 흐리브냐에 달하는 석방 보석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정례 연설에서 이 사건을 암시하며 “우크라이나를 약탈하고 자신을 법과 규칙보다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 수십 년간 평소와 같은 사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법은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줄곧 공공 및 정치 부문의 심각한 부패가 문제로 지적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취임부터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2월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하면서도 대대적으로 부패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위해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콜로모이스키는 우크라이나 사업가로 자국에서 으뜸가는 부자다. 우크라이나의 최초 민영 은행이자 2016년 최대 자산 규모이던 프리바트 방크도 그해 자본 부족 등의 문제로 국유화되기 전까지 그가 소유했다.

미디어 그룹 ‘1+1 미디어’도 그의 소유다. 여기에 소속된 TV 채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배우 시절 대통령 역할을 맡아 국민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가 방송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콜로모이스키가 자신과의 친분으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부인해왔다.

올해 2월 SBU는 콜로모이스키가 지분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양대 석유회사에서 횡령·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그의 자택을 수색했다.

미국은 2021년 콜로모이스키가 ‘중대한 부패’에 연루됐다며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당시 미 당국은 콜로모이스키가 훔친 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어떠한 잘못도 부인했다.

반부패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2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크라이나는 180개국 가운데 116위에 올랐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본토 벨고로드주 상공에서 총 4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2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항공기 형태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러시아 연방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 시도가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 드론은 벨고로드 상공에서 파괴됐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러시아 벨고로드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대공 방어 시스템이 드론을 격추했으며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주택 창문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또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 지역의 한 마을을 다연장로켓(MLRS)으로 포격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