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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해에 위치한 열대의 섬나라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 차이는 엄청나다. 한국의 국내 총생산은 1조6732억 달러로 세계 13위에 해당한다. 필리핀은 4042억 달러로 한국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필리핀 인구는 1억1910만 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가량 많다. 국토 면적에서는 더욱 차이가 난다. 한국이 1004만㏊(1004억㎡)인 반면 필리핀은 약 3배인 3000만㏊(3000억㎡)에 달한다.
지금 한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필리핀을 압도하고 있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보다 훨씬 부유한 국가였다. 1960년 1인당 GDP는 263달러(약 34만4600원)로 158달러(약 20만7000원)였던 한국보다 훨씬 높았고, 1969년까지는 필리핀이 한국보다 높았다.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의 슈빅만에는 미 태평양 7함대 사령부, 클락에는 미 공군기지가 있었는데 이곳에 미군이 주둔한 것은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당시 부국이던 필리핀은 6·25 전쟁에 육군 7420명을 파병했다. 사상자는 400여 명이나 됐다. 경기도 고양시 통일로변에 필리핀 참전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경기도 연천읍에는 필리핀군 참전비가 있다.
1963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실내 종합경기장인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이 우리에게 지어 줬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에겐 기술과 자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이 얘기를 꺼냈지만 ‘가짜뉴스’로 판명된 바 있다. 서울 세종로의 주한 미국대사관·옛 문화관광부 청사 건설 등에 필리핀 기술자가 참여했다는 설도 확인되지 않은 추측의 영역이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가운데 최초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우리와 외교관계를 수립한 전통의 우방이다. 얼마 전 수교 75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축하 서한을 교환했다고 한다. 관계 격상을 추진하자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클라크 국제공항에서는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 8대와 필리핀 공군기 4대가 우정비행과 에어쇼를 선보였다. 90살을 넘긴 6·25전쟁 필리핀 참전용사 6명과 전사자 11명의 가족이 초청받아 의미를 더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70여년 전 이 땅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느라 큰 희생을 치른 필리핀이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되갚았는지 되돌아본다. 이제 우리가 그럴 만한 국력을 갖췄으니 경제적 원조라도 하면 어떨까.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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