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프랑스 명소산책] 큰 코 왕 프랑수아 1세와 샹보르성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건설한 유럽 최고의 성
성 안의 세련된 나선 계단은 에어스크류’의 시조

최인숙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23 06:31:00

프랑스 문화 예술의 대장 프랑수아 1세. 큰 코에 2m 장신으로 고대를 재발견한 르네상스 시대의 헤라클레스였다. 명성에 탐닉한 그는 쾌활하고, 유혹적이고, 열정적인 군주였지만 필요할 때는 아주 단호했다. 그는 거의 모든 통치 기간 내내 합스부르크와 충돌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우아하고 세련된 문화에 대한 그의 사랑에 한 치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

1494년 9월12일 프랑수아는 앙굴렘의 코냑 성에서 백작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어머니와 누나 마르게리트는 프랑수아를 무척 사랑했고 이들의 가족애는 아주 끈끈했다. 르네상스 예술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어머니는 이탈리아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들에게 그녀의 모든 열정을 전수했다.

그가 왕이 된 것은 사촌형 루이 12세 때문이었다. 왕은 루아르 강가의 앙브아즈성에 살고 있던 프랑수아를 궁정으로 불러들였다. 대를 이을 자식이 없자 후계자로 삼으려는 계획이었다. 1515년 루이 12세가 숨을 거두자 프랑수아는 바야흐로 ‘프랑수아 1세’로 즉위해 공식적인 왕이 됐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다.

왕좌에 오른 프랑수아는 안 몰모랑시·마랭 드 몽체뉘·필리프 드 브리옹·로베르 드 마르크 등 수많은 인문학자들에 둘러싸였고 곧 프랑스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대표적 왕이 됐다. 특히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왕의 남자로 선택함으로써 프랑스 예술 문화를 꽃 피게 했다.

1516년 가을, 다빈치는 프랑스에 있었다. 이탈리아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그는 프랑수아 1세의 초대에 응했다. 왕은 앙부아즈성에서 가까운 클로뤼세에서 다빈치를 맞았다. 1515년 12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만난 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왕좌에 오른 21세의 젊은 군주와 64세의 ‘모나리자’ 화가의 만남. 이는 정녕 신의 주선이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존경심이 깊었다. 클로뤼세 성의 책임자인 생 브리스에 따르면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프랑수아 1세는 다빈치를 일종의 영적인 아버지이자 멘토로 여겼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특별한 지적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수아 1세는 다빈치를 “나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미술사학자 스테파니아 툴리오 카탈도는 그들의 위대한 공범자적 만남에 대해 “프랑수아 1세는 레오나르도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고 말했다.

다빈치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수아 1세는 그에게 평생 꿈꿔 온 귀인이었다. 왕은 천재 화가가 평온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호자이자 후원자가 돼 줬다. 프랑수아 1세는 유럽에서 가장 밝은 안뜰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를 다빈치는 실현시켰다.

그것이 바로 프랑스인들이 애지중지하는 루아르의 거대한 성 샹보르다. 이 성은 프랑스 르네상스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루아르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 샹보르성은 유럽에서 가장 큰 숲 공원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거대하고 우아하다.

세련된 건축미는 루아르 지방의 모든 성을 압도한다. 르네상스의 건축술을 자랑하는 이 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강가에서 남쪽으로 몇 ㎞ 벗어나야 한다. 옛 왕실 사냥터로 들어가는 성벽을 통과하고 정원을 지나면 마침내 성이 나타난다. 작은 강인 코손 강에 접해 있는 이곳의 잔디밭은 무척 광채가 난다. 또한 이 성에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이중 나선 계단이 있다.

성의 정면을 둘로 나눠 ‘동종(큰탑)’이 높게 솟아 있다. 이 높은 정육면체의 각 모서리에는 인상적인 둥근 탑이 있고 아름다운 테라스가 보인다. 청석돌로 덮인 뾰족한 지붕, 쇠시리, 굴뚝, 조각된 창문 사이를 사람들은 걸어간다. 테라스 중앙에는 랑테른 타워가 있다.

이 타워는 왕실 저택에서 가장 매혹적인 곳 중 하나인 성의 장엄한 계단을 장식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타워는 지하 층의 중심점을 형성한다. 지름이 약 9m로, 각 층에 두 개의 입구와 나선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보행하는 사람들은 마법을 느낀다. 각각 다른 출입구를 통해 동시에 오르내리면 서로 마주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건축물은 주거 단지의 주요 부분이며 당시 건물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이 또한 다빈치의 작품이다. 왕의 첫 번째 화가, 첫 번째 엔지니어, 첫 번째 건축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 나선은 헬리콥터의 원형인 ‘에어스크류’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빈치가 프랑수아 1세를 만나지 못했다면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었다.

다빈치는 교황 레옹 10세의 눈 밖에 나 로마의 생피에르 대성당의 건축과 그림 작업을 라파엘에게 빼앗겼다. 게다가 망루에 갇히기까지 했다. 이런 불운한 화가를 프랑수아 1세는 첫눈에 알아봤다. 다빈치는 “프랑스의 환대가 없었다면 내 삶은 방황과 구걸로 그쳤을 것이다”라고 애제자 프란체스코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가 프랑스에서 받은 환대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왕은 다빈치가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수석화가로 삼고 연간 700개의 금 방패로 특별 연금을 주겠다. 당신의 유일한 임무는 나를 수행하며 일에 대해 상상하고 구상하는 일이다! 나는 당신이 그림·조각·문학·음악·노래·해부학·식물학·군사 예술·기하학·건축·시 그리고 축제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그뿐인가? 땅과 마구간, 거기에 왕의 어린 시절 요리사인 마튀린까지 넘겨주었다.

최인숙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