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AI 맞설 건 ‘개인 서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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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항하려면 개인 서사 갖추어야
남다른 서사는 나를 성취하는 좋은 재료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21 06:31:00

당신은 개인 서사를 갖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이 삶의 영역을 깊숙이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AI는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에서 어느덧 내 밥그릇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잠재적인 도둑으로 진화해 가는 중이다. 특히 예술가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AI가 생성한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예술가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AI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어휘량이나 지식의 총량 갖고는 게임이 안 된다. 그가 갖지 못한 것을 치트 키로 사용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개인 서사가 아닐까.

개인 서사란 단지 업적이나 스토리의 나열이 아닌 삶의 전반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개인 서사는 타인에 의해 납작하게 재단된 나를 입체적으로 되살려내는 작업이다. 개인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평면에 그려진 2차원적 그림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가진 조각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AI는 개인 서사가 아닌 데이터의 양으로 움직인다. 제이슨 앨런은 붓 대신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서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계속 입력 문구를 바꾸었다. 그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투자한 시간은 80시간이다.

인간이 서른 살 청년의 모습을 완성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적어도 80시간은 아니다. 보통의 경우 30년이 걸린다. 자신을 완성하는 데 걸린 30년. 이게 그가 가진 자산이다.

회고록의 대가 메리 카는 저서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에서 과거가 가진 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잠수복을 입고 스트립쇼 무대의 봉에 매달릴 수는 없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를 쏙 빼놓고 다른 내용을 쓰고 있노라면 내 속에서 이야기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 넘치려 했다….”

과거는 자연스럽게 나를 만들고 나는 그렇게 한 권의 책이 된다는 뜻이다. 조앤 롤링만큼 지독하게 음울한 과거를 가질 필요는 없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꼭 대학을 중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 남다르고 어두운 과거는 자신을 성취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어서 좋다는 게 뭔가. 내 서사를 만들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이 아닌가. 자 ‘오늘’을 사용해 ‘나’라는 서사의 목걸이를 엮어 나가 보자. 내 서사의 주인공으로 살다 보면 잠수복을 입고 봉춤을 추는 것도 즐겁게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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