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MR 기술력 뒷받침할 제도부터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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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들 속속 SMR 전력 계약 체결
“韓, SMR 관련 제도 없어 차질 생길까 불안”
야권은 원전 발목을 또 잡는 ‘반역’ 없도록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1 00:02:01

20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소형모듈원자로(SMR) 4개 건설 계획 관련 사항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최근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의 SMR 전력 확보 행보에 발맞춘 반가운 소식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소형모듈원자로(SMR) 4개 건설 계획이 연말에 발표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R은 최근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선제적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원전 르네상스’를 이끄는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SMR 시장이 2035년 630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40년이면 10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전 강국들의 상용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마존은 도미니언에너지와 3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SMR 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구글은 미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의 SMR에서 생산되는 전력 500MW를 구매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도 원전 기업과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직접 SMR 개발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SMR은 안타깝게도 기술력·경험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관련 제도가 없어 해외 SMR 개발업체들이 기술 협력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한국 대형 원전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SMR 관련 기술도 세계 2·3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주 경쟁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국내 SMR 기술 관련 표준화와 인허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해외 업체들이 한국 업체와 기술 협력을 꺼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자칫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를 안고 한국 업체와 손을 잡느니 다른 국가에서 협력 대상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아무리 풍부한 원전 제조·건설 경험을 갖고 있어도 SMR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SMR 르네상스’라는 절호의 기회도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기술력과 대조적으로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지난 문재인정부가 저질러 놓은 ‘탈원전 정책’의 후과이다. 한때 SMR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했던 한국의 위상이 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제도 마련 소홀로 위축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SMR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시대다. 특히 앞으로 닥칠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되는 시기에는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가 작다는 점에서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고 대규모 냉각수가 필요 없는 등 안전성·편리성뿐 아니라 건설기간 단축·비용 절감 등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2년간 국내 SMR 관련 인허가 사례는 단 2건뿐이었다. 원전 업계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해외 SMR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연말에 발표될 제11차 전기본에는 SMR 4개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 정부의 실수를 만회하고 국민에 사과하는 심정으로 전기본 국회 동의에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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