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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진보를 잡겠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잡아라 ”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우파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다. 우파의 중심 세력은 이명박 정권기를 주도했던 중도 실용론자들인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적극 우파세력을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적극 우파 진영에선 “우리는 호구다. 우파 정권에 볼모 잡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대접도 못 받고(공천도 못 받고), 천대를 받아도 안 찍을 수도 없고…”라는 푸념이 나온다. 이번 총선도 그랬다.
추측건대 더불어민주당이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우파 진영을 흔들어 일부 우파 세력을 유인하기 위한 분열 작전에 돌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직전인 3월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우리는 진보를 잡겠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잡아라”고 했다.
이에 부응하듯 이재명 대표는 “우리(민주당)는 보수정당이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총선 직후 신속하게 보수와 중도 세력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등 중산층을 위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양복 옷깃에 ‘태극기 뱃지’를 항상 달고 다닐 정도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우파 세력을 배척하는 전략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집토끼를 빼앗길 판이다.
노선과 가치관이 같아야 협상도 가능
토론과 협상은 자유민주주의체제 내에서 ‘어떤 방향과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정하기 위한 방법이다. 노선과 가치관이 다르면 토론과 협상은 불가능하다. 협상이란 함께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인데 시작점이 다르면 함께 나아간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세력은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려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재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광풍이 거세게 일어나던 2017년 1월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판했다. 그는 책에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 놓고 “해방 후 우리가 합의했던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이재명 세력이 꿈꾸는 대한민국
그런데 이재명이 말한 “해방 직후 미군이 오기 전에 우리가 합의했던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바로 박헌영이 만든 인민공화국(인공)이라는 국가 이름의 공산주의 단체를 말한다. 이 단체는 마치 정부인 것처럼 행세했고, 전국 지역별로 인민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아! 인민공화국·인민위원회가 해방 후 합법적으로 생긴 정부구나”라고 생각하며 공산주의 행정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당시 각 읍·면·동에서는 인민위원장이 권력자 행세를 했다.
이재명이 꿈꾸는 나라는 바로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다. 1980년대 주사파 용어로 말하면 민중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좌파는 이를 그냥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얼핏 들으면 헌법에서 규정한 자유민주주의의 민주공화국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대한민국 혁명하라’의 머리말
그러면 이재명 대표 머릿속에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것일까. 그의 자서전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되었던 나라’라는 관념이 깊이 박혀 있다.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또한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가 ‘적폐 청산’이다. 그는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를 적폐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 전체가 적폐라는 인식이다. 그의 책 머리말에도 “(박근혜 탄핵 기회를 놓치지 말고) 70년 만의 대청산과 대전환을 완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완성하자”는 선동 문구가 들어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가짜 민주공화국이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적폐의 역사인 대한민국을 끝장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통일 대한민국’을 말한다. 그가 꿈꾸는 통일 대한민국이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일까 아니면 공산 통일 인민공화국일까.
이재명이 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그가 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떤 체제의 나라를 뜻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대한민국 혁명하라’의 머리말에 보면 “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와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필자는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어구에 주목한다. 이 말은 1987년 6.10항쟁을 통해 얻은 자유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아니고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일반적으로 좌파 세력이 사용하는 용어이다. 좌파는 자유민주주의를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라 폄하하고 인민민주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를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좌파의 사고는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정권을 수립하는 데 과도적으로 필요한 장치라는 의미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공산 세력이 힘이 약할 때 군주제나 군부독재를 허물기 위한 과도적 단계로 필요한 것이며 좌익세력이 힘이 강해지면 때려 부숴야 할 체제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쳤다. 1917년 러시아의 2월혁명은 부르주아 혁명이다. 당시 레닌 등 공산주의자들은 힘이 약했기 때문에 일단 제정러시아 군주 세력을 타도하기 위해 부르주아 세력(산업 세력·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정권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들은 군주 정권이 무너지자 곧바로 케렌스키의 부르주아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백낙청의 ‘2013년 체체 만들기’
좌파의 원로 백낙청 교수는 2010년 ‘2013년체제 만들기’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내용은 2012년 대선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1987년 헌법 체제(6공화국·87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헌법 체제의 7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낙청 교수는 2024년 4월 총선 직후 “생명력이 다한 87년 헌법·체제…우리가 고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6월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김재연도 “낡은 87년 체제를 전환해 내는 진보적 개헌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윤석열 탄핵을 넘어 제7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체제 바꾸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조국의 ‘진보 집권 플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012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2010년 ‘진보 집권 플랜’이란 책을 썼다. 그는 그 책에서 ’진보세력이란 사회주의 세력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집권하면 전광석화처럼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머릿속에도 이러한 프레임이 들어 있다. “1987년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그의 발언에 그 프레임과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재명과 옛 통진당 세력은 어떻게든 87체제의 현행 헌법(자유민주주의 체제 헌법)을 허물고 새로운 인민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을 세우겠다는 오랜 숙원을 이루려 할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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