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EV3의 E-GMP 논란… 명확히 설명하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1 00:02:30

출시 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아의 전기차 EV3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랑하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가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현대차그룹의 기아는 E-GMP를 선보이며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선도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고 밝혔는데 이후에도 수차례 E-GMP 기반 전기 차량이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전기차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기아는 이후 EV3를 출시하면서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전기차임을 크게 홍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한 유튜버의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기아 EV3가 그간 현대차그룹이 말하던 E-GMP가 아닌 내연기관 차량 플랫폼을 전기차로 개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EV3가 E-GMP 기반 전기차가 아니라는 주장을 살펴보면 우선 차체에 내연기관에 있어야 할 기름통 흔적을 비롯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면 갖추고 있어야 할 스케이트 보드 형태의 배터리도 없다는 점 등이 주요 근거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EV3의 충전 포트의 위치가 앞쪽에 위치한 점·전륜구동으로 설계된 점 역시 기존 아이오닉5 및 EV6 같은 E-GMP 기반 차량들이 충전 포트가 후방에 위치한 점·후륜구동으로 설계된 점과 대비되며 더욱 관련 의혹에 불을 지폈다.

온라인에서는 위의 사항들을 근거로 EV3가 E-GMP 기반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조된 전기차인 니로EV를 개조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관련 논란이 커지자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차대 역시 E-GMP에 포함될 수 있다는 등 개념 정의를 확대했는데 이에 따라 E-GMP라는 용어 자체를 만든 것이 제작사인 만큼 제작사가 EV3를 E-GMP 기반 전기차라고 정의했다면 수긍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왔다.

제작사가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를 넓히면서 논쟁의 양상이 E-GMP라는 용어가 기술적인 용어냐 마케팅 용어에 불과한 것이냐는 논쟁까지 불거졌다.

어쩌면 소비자에게 이런 식의 논쟁은 무의미할지 모르겠다. EV3를 구매한 사람 중에도 E-GMP가 뭔지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논란의 유무와 상관없이 EV3는 높은 상품성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훌륭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EV3의 플랫폼이 E-GMP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차량이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인지 E-GMP 전기차인지 두 가지 요인만을 두고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나쁜지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를 가지고 논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조사가 EV3를 E-GMP 기반 전기차라고 하니 당연히 기존에 말하던 E-GMP라고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같은 플랫폼으로 EV시리즈의 후속 모델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같은 논란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소비자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E-GMP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