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도축업… 마장동에서는 불법체류자 직원도 모셔가기 경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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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유출 막으려 1년에 임금 인상만 수차례… 관리자에 월 700만 원까지”
도축업계, 필리핀 정부와 인력 공급책 논의… E-7비자 도입 위한 움직임도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10:02:41

노동계 전반에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도축업계도 직원을 구하기 힘들어 불법체류자 직원을 두고 이마저도 상인 간 직원 모셔가기 경쟁이 일어날 정도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도축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바로 얼마 전에도 다른 업체로 이직하는 불법체류자 직원을 잡기 위해 월급을 300만 원에서 50만 원 더 올려줬다”며 “지금 일하는 직원도 오늘 일하고 있지만 내일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 도축업자들은 업계의 인력난이 이어지면서 불법체류자들의 손까지 빌리고 있지만 이들마저 수요가 넘쳐나 서로 높은 월급을 제시하며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직원을 안뺏기려니까 월급만 1년에 몇 번씩 올라가고 있다”며 “직원 유출을 막기 위해 인력 관리를 맡긴 중국인에게는 달에 700만 원을 급여로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얼마를 줘도 궂은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외국인을 쓴다. 보통 중국인·네팔인들인데 불법체류자가 많다. 한국 사람들은 배달만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도축업은 생물을 가공하는 일인 만큼 매일 계약된 일감을 당일 처리하지 않을 경우 부패 우려가 커 높은 급여를 주면서도 일정 수준의 직원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도축업은 생물이라 놔두면 썩어버려서 그날 처리 못하면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여타 인력난을 겪는 직군들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도축하기로 계약된 물건이라 매일 안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고령화된 내국인 직원도 여러 이유로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꺼려해 여러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나마 있는 내국인 직원도 나이드신 어르신들인데 정식 직원으로 일을 안하려고 한다”며 “정부에서 주는 노년 연금 때문에 소득이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이 때문에 월급은 월급대로 가져가면서 사업주만 손해다. 사업주 매출로 잡히면서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축업계 인력난은 업계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최근 업계에서는 필리핀에서 도축업 전문 교육을 이수한 인력에 E-7(기능 인력) 비자를 발급해 채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축산물처리협회와 필리핀 정부간 도축업계 종사자의 협업 및 교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축산물처리협회를 통해 필리핀 근로자에 대한 E-7비자 도입도 추진중에 있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