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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고질적 한국病 원인은 ‘권위주의’
절대 권력이 시스템·프로세스 무시 비일비재
人의 장막이 실패한 지도자 전철 계속 밟게 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14 06:31:3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한국 축구가 국내의 거센 비판 여론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FIFA 순위 134위인 인도네시아에 패배,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제는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낡은 전술의 답습으로 경쟁국에 밀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고, 고질적인 협회의 불통 행정이 도약에 걸림돌이 되면서 후퇴를 계속 부채질한다. 
 
정치와 비슷하게 스포츠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면서 실력이 하향평준화 되는 중이다. 체력은 보완하지 않고 얄팍한 기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글로벌 수준과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진다. 병역 특혜 등 당근책만 있지 추락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계속 표류한다. 비단 정치나 스포츠뿐만 아니고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유사한 고질병으로 진통이 심각한데 마땅한 해결책도 출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웃 일본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수 전문가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지연을 지적한다. 틀린 말도 아니고 일본 정부나 국민도 이를 대체로 인정한다. 일본에선 정부가 20여 년 전부터 ‘e-Japan’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디지털화 촉진을 추진해 왔지만 정치적 구호에만 그쳤을 뿐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결국 바닥까지 가서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괄목할 만한 결과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곳곳에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늘어 붙은 권위주의다. 여기서 비롯된 비효율이 위험 수위를 초과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허례허식이 만연해 선진화로의 도약을 위한 실사구시적 접근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이 목격된다.
 
오랜 세월 국가와 관(官) 주도 성장에 익숙해져 있어 우리 스스로 내부의 권위주의적 관행에 대해 무덤덤하고 이에 대한 저항은 언감생심으로 여긴다. 이러한 권위주의의 폐해가 공공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내부의 기득권으로 자리를 잡은 세력이 마치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유지하기에 급급해 변화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어떤 단위 조직의 수장으로 완장을 차면 갖은 특권을 동원해 조직을 자기 의도대로 바꾸고 인(人)의 장막을 친다. 그러고는 힘을 집중시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년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구성원들은 아예 통과의례로 간주하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권력의 주변을 에워싼 인사들은 벽 뒤에 숨어서 이를 조종하고 떡고물 챙기기에 혈안이다.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는 권위주의의 실체를 우리 내부에선 잘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본 사람은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고 국가 발전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인식한다. 또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힘의 균형추가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지나치게 편중된 이상 기류를 파악하고 이질감을 토로한다. 
 
최근 지구촌의 트렌드를 보면 국가 형태를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하는 추세다. 권위주의 국가에 속한 나라의 리더십은 대부분 스트롱맨에 의해 발현된다. 올해 선거가 있는 국가들의 경우 국민이 강한 정부를 원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오랜 세월 기이하게 권위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권위주의가 득세하는 국가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부실과 비리·부조리가 만연하고 부정부패와 관련한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져 갈등과 분노로 인한 사회적 지출이 엄청나다. 주요 자리는 소수의 이익집단이 차지하며 공권력을 마구잡이로 행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업무 집행 장소만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졌을 뿐 일 처리 행태는 여전히 예전과 다르지 않다. 내각과 공무원은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소신과 책임은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회의는 하지만 일방적 지시만 있고, 참석자는 지침을 하달받는 것이 고작이다. 국가적 현안의 경우 당위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진행 과정에서 졸속 임기응변에 반대를 잠재우기 위한 강력한 통제 수단이 무작위로 동원되다 보니 출혈이 막대하다.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프로세스는 공전한다. 정상적인 준비와 절차를 소홀히 하면서 밀어붙이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거나 암벽에 부딪혀 좌초한다. 다수의 지도자가 처음에는 겸손의 미덕과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거대한 장벽에 가려져 초심을 버리고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스로 권위주의의 유혹에 사로잡혀 대사를 그르친다.
 
구태의 상징인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첩경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권력에서 과감하게 내려오는 것이다. 그것이 선행되면 뿌리 깊게 박힌 고질적 한국병을 단기간에 치유하는 방법이 생겨난다. 자신을 내려놓을수록 권위는 더 생겨나고 국민적 지지는 배가될 터이다. 업무는 내용보다 실질이 강조되면서 성공하는 정부가 될 확률이 커진다.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덕목이 권위를 내려놓는 것, 그리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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