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기시다 “안보협력 강화”… 글로벌파트너십 강조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정치

워싱턴DC 벚꽃축제는 끝물이지만 벚꽃동맹은 절정… 美태평양전략 日위상 재확인
日언론 “한국총선에서 對日외교는 쟁점 아니었다”… 中 매체 “2027 대선 예비시험”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1 09:28:27

▲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10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돋보인 것은 일본의 전략적 존재감이었다. 80년 전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끝에 원자탄 피폭국으로 전락했던 일본이 21세기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가 됐음을 재확인시켰다.

이는 한 때 ‘경제대국 일본’의 부상과 또 다른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지며 중국을 궁극적 라이벌로 인식한 미국의 초당적 합의 속에 중요성이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한국 총선 결과가 드러날 11일, 필리핀까지 가세한 3국 정상 회담 자리에서도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저지를 위한 다자 연대 가운데 일본의 위상은 두드러질 것이다.

이번 만남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연스럽게 내세운 것은 양국 간 ‘벚꽃 동맹’의 측면이다. 워싱턴DC 중심 내셔널몰 근처의 저수지(타이들 베이슨) 주변에 1912년 일본의 기증품인 벚나무 3000여 그루가 무성하다. 세계적 명물이 된 워싱턴DC 벚꽃축제는 예년보다 빠른 개화 탓에 이미 끝물이었으나 이 시기 미‧일 정상회담을 한층 각별해 보이게 만들었다.

회담 당일 오전 10시께 백악관에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환역시 축사를 통해 “일본에서 태어난 벚나무가 지난 110년간 매년 이곳의 봄을 알린다”고 말했다. 또 미 건국 250주년을 맞아 벚나무 250그루를 새로 보내기로 한 사실을 전하며 “양국 우정의 상징” “벚꽃처럼 일‧미 동맹의 유대는 계속 자라고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발언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우리의 우정처럼 이 나무들은 영원히 영감을 주고 번성할 것”이라며 지난해 백악관에 미·일 영부인이 함께 기념 식수한 벚나무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을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혼자 힘으론 중국과의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기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냉전시대부터 한‧일 관계는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중요했지만 이번 한국 총선 결과가 미국에게 일본의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인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일본으로선 수동적·방어적 안보에서 벗어난 ‘보통국가’로의 전환 행보에 커다란 동력을 추가한 셈이다.

이날 정상회담을 관통한 키워드는 ‘글로벌 파트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선 환영식에서 미일동맹을 “인도·태평양과 세계 평화‧안정‧번영의 초석”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추켜세웠다. 기시다 총리 역시 “일본은 미국의 글로벌파트너로서 미국 벗들과 손잡고 지역적·세계적 도전들에 맞서는 길을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공개된 글로벌파트너십의 핵심은 양자 및 다자 안보협력 강화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일은 미사일 등 무기의 공동 개발·생산을 논의하는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을 창설하기로 했다. 군사 정보‧감시‧정찰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제트 훈련기 공동 개발‧생산과 조종사 훈련을 위한 실무그룹 설립, 극초음속 비행체 등에 대한 지구 저궤도 탐지·추적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또한 공동성명엔 호주가 함께한 3국 공동의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 협력 추진과 미·일·영 3국 정례군사훈련을 내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 명시됐다. 구체적인 계획·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평시 및 유사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상호 운용성 및 작전계획 수립 원활화를 위해 명령 및 통제 체제 업그레이드가 합의됐다고 전해졌다.

패전 후 전범국이 된 일본은 1946년 이른바 평화헌법을 통해 정식 군대를 가질 권리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개전권을 포기 당했다. 보통국가화 즉 평화헌법 체제에서 벗어나는 게 보수 우익 자민당 등 일본 주류의 숙원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향해 크게 전진할 명분이 이번에 확보됐다.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미묘하게 엇갈린 시선도 눈길을 끈다. 일본 주요 언론은 “대일외교 문제가 선거판의 쟁점이 되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반면, 중국 매체들은 대체로 “2027년 대선의 예비시험”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미 주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선 자세한 해석이 나왔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등은 이날 ‘한국 총선 결과와 함의’ 제목의 글을 통해 윤석열정부 외교 기조인 한미동맹과 대북 강경노선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이 상당한 역풍에 직면하겠지만 2년 전 분열된 상태를 이어받아 이미 국정을 운영해 왔으니 큰 변화가 예상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을 향한 야당 공세의 격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짚었다. CSIS의 해당 문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비실용적이라는 비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만해협 및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립성을 지지했다”는 점이 힘을 얻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캐스팅 보우터 역할도 거론됐다.

결론적으로 한국 향후 정국에 대한 CSIS의 전망은 “전략적 분열 심화”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경우 보도자료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윤 정부의 태도가 총선 결과에 즉각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다면서도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설립 움직임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