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원료 공동구매 영업 종료’… 아연 가격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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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연 수요 80%가량 양 사가 책임
계약 만료에 맞춰 영풍 측에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
개별 구매 시 아연 관련 제품 가격 인상 우려도 있어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0 14:25:55

▲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 빌딩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국내 아연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계약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아연 판매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영풍과 아연 주요품목에 대해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 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수십 년간 20여 건의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지만, 계약 만료에 맞춰 영풍 측에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계약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종료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 및 안전 관련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해온 고려아연 역시 이로 인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영상 필요에 따른 계약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아연은 주로 철강 금속 처리에 사용한다. 한국의 아연 수요는 지난해 약 42만t에 이른다. 이 중 고려아연과 영풍은 국내 철강 금속 관련 기업에 39만t가량을 공급했다. 사실상 철강사 등 국내 업체들의 아연 수요를 80%가량을 두 기업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측의 거래 종결 방침에 대해 영풍 측은 “공동으로 구매하지 않을 뿐이지 해외에서 들여오는 업체나 국내 업체에 대한 변동은 없다”면서도 “수량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원가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량 구매에 비해 적은 수량을 구매하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풍 측 설명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전 세계 아연 시장 점유율 9%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의 계약 종료를 기점으로 국내 업체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동구매 과정에서 그동안 파열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공동으로 원료를 구매했을 때 가격 원가만 본다면 코스트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 원가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도 “대량으로 구매할 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상식”이라며 “고려아연과 영풍이 대량으로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왔을 때는 원가 가격이 낮았겠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가격 부문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은 1980년 영풍 빌딩에 입주한 이후 44년 만에 거점을 옮긴다. 대외적으로는 신사업 확장으로 인한 인원 증가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풍과의 갈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대 주주인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으며 원료 공동구매를 맡던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싸움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생산품을 모두 유통하는 고려아연의 계열사지만 경영권은 영풍 측이 쥐고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