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中 일대일로에 전향적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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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中 일대일로에 전향적 선회

홍콩 SCMP, 우크라戰 장기화 속에 밀착화한 러·중 공조 전망 조명
러, 중앙아시아국들의 유라시아 경제체 이탈 방지도 필요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9 17:00:00

▲ 작년 10월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 포럼을 위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인 26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이 18일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진핑(앞줄 가운데) 국가주석 바로 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국가수반 외에도 100여국과 약 30개 국제기구가 이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전쟁이 초래한 최대 지정학적 변화의 하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러시아 입장이 ‘협력’ ‘공영’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냉전시대 동일 진영이던 시절조차 두 나라는 친했던 적이 없으며, 일대일로를 사실상 자기 뒷마당인 중앙아시아를 공략하는 것으로 불편하게 바라봤던 러시아다.

2013년부터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본격화하자 러시아는 2015년 벨라루스·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을 회원국으로 유라시아 경제연합(EEU)을 출범시켰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 전략에 걸림돌이 되거나 안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제도화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 가능성까지 탐색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견제가 두드러졌던 사업이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연결 철도였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유럽에 갈 수 있는 철도 구상이다.중국 213㎞, 키르기스스탄 260㎞, 우즈베키스탄 50㎞ 등 총 523㎞의 이 노선이 완공되면 중국~중동·유럽 화물 운송 거리가 900㎞ 줄어 이동시간도 7∼8일 단축된다.

이 중앙아시아 횡당 철도는 중국이 1990년대 제안해 일대일로 개시 직후 적극 추진했음에도 러시아의 반대로 지지부진했으나 러시아 측 태도 변화로 급물살을 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8일 베이징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감지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대일로 아이디어를 호평하면서 러시아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중국·중앙아시아국가들 경제협력이 EEU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할까 우려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빚어진 다양한 난국의 돌파책 차원에서 일대일로를 재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일대일로 구상이 유라시아 연결에 관한 러시아의 생각과 일치한다면서 노르웨이 접경지 무르만스크에서 알래스카 인근 베링해로 이어지는 북극해 항로의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같은 해 12월엔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베이징에서 리창 총리와 회담을 통해 EEU와 일대일로 사업 간 시너지 효과 촉진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 심화와 관계가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로 서방 국가에 대한 가스·원유 판매로가 막히자 대(對)중국·인도 수출로 상쇄해 왔다. 칭화대 일대일로연구소의 준 아흐메드 칸 연구원은 “유럽 에너지 시장 접근이 크게 제한된 러시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합류해 아시아와 남반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 한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직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결제망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퇴출시킨 것도 이런 변화를 부른 요인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친러 국가들까지 SWIF 배제 가능성이 우려되자 일대일로 사업 연대를 모색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 왕이웨이 국제관계학 교수는 “러시아가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EEU 이탈 가능성이 큰 카자흐스탄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EEU와 일대일로 사업 간 조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