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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87% 득표율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당선돼 5선 고지를 점령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푸틴의 집권이 2030년까지 확보된 것이다. 게다가 2020년 개헌으로 재선 출마가 가능해져 그의 나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 연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푸틴은 러시아제국 이후 최장기 통치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푸틴은 강한 리더십을 앞세워 강력한 철권통치를 이어 왔다. 그 과정에서 정권에 방해되는 요소는 가차 없이 제거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최근 그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의문사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런 독재자를 러시아 국민은 왜 또 선택했을까?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을 가리키는 단어 ‘스트롱맨’의 원조는 푸틴이다. 그는 특히 ‘남성성’을 과시하려는 듯 웃통 벗고 말 타는 모습 등 상체가 노출된 사진을 종종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민이 강한 이미지에 더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푸틴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을 시작으로 세계는 스트롱맨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 역사상 첫 3연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 누적 재임기간 16년을 넘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그리고 미국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전투적 스타일의 민족주의·자국우선주의를 고수하며 필요 시 전쟁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2년 이상 전쟁을 끌고 있고,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 중이다. 또 시진핑은 언제든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며 수시로 협박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 김정은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역시 스트롱맨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 소위 위원장인 한국계 영 김 공화당 의원은 대만이 중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한국도 북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18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 12번째 무력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이 보내는 전쟁 메시지를 우리가 쉽게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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