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국가 개조’ 더 늦추면 국가 순위 후퇴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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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한국, 2050년에는 ‘주요 15개 국가’서 사라져
우월적 경쟁력이던 ‘인재’ 고갈되면 회생 거의 불가능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9 06:31:30

사람의 눈과 귀는 간사해서 좋은 것은 보고 듣지만 나쁜 것은 애써 버린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국가에 대한 좋은 대내·외 평가에 대해서는 홍보에 열을 열리지만 반대의 평가에 대해선 축소하거나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언급이 줄을 잇는다. 이렇다 보니 내부 공동체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푹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다.

나쁜 소리일수록 귀담아듣고 이에 대한 대응을 고심해야 할 터인데 애써 외면하다 보니 더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국가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한 임기응변식 땜질로는 중과부적이고, 국가 개조와 같은 전방위적 처방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기 어렵다.

얼마 전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국가별 세계 경제 순위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12위에 올라 있던 한국의 위치가 2050년 이후부터는 주요 15개국에서 보이지 않는다. 인구 대국인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3·4위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우리는 브라질·러시아·멕시코·이집트 등에 이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도 뒤처진다. 2075년 예측을 보면 더 소름 끼친다. 파키스탄이나 필리핀에도 뒤지는 순위다. 서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한국이 뒷순위로 계속 밀려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선진국 대신 인구나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치고 올라온다. 단지 예측이라고 하지만 전반적 흐름을 보면 그렇게 갈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불편한 국가는 역시 한국이다. 이를 보면 2022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지속해서 후퇴할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다.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몇 가지 짚어 볼 대목이 있다. 인구 절벽으로 경제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2050년이 되면 한국 인구가 현재보다 500만 명보다 감소한 45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하나는 한국 산업, 특히 제조업의 경쟁력 후퇴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서 순위 하락이 가파르다. 중국에는 이미 발목이 잡혔으며,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는 점이 뼈아프다. 64개 첨단 기술에서 중국은 53개 부문에서 일등을 한 것과 비교해 한국은 고작 23개 분야에서 5위 안에 들고 있을 정도다.

실시간으로 위기가 엄습하고 있는데 내부 대처 능력은 이에 반비례하여 역주행하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데 미래 담론은 실종되고 진영 간의 말초적인 신경전만 난무한다. 갓 입문한 정치 신인이 내뱉은 “정치가 국력의 50%를 갉아먹는다”는 질타가 신선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소 귀에 경 읽기 정도로 그냥 흘러가 버린다. 국내 대기업이 내세우는 ‘초격차’의 기치가 부끄러울 정도로 중국과 같은 후발 경쟁국과의 격차는 좁혀지거나 추월당하고 있는 판이다. 중국 제조업의 저가 공세로 국내·외 생산거점에서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사업 재편, 즉 선택과 집중을 서두르지 않으면 초토화될 조짐이다. 쪼그라들고 있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보면 마치 풍전등화와도 같다. 묘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된다.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이 실로 중차대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소멸, 지방의 붕괴, 산업 공동화, 인재 부족 등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부문이 열위로 바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인재의 소멸은 치명적이다. 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재 양성과는 동떨어진 사교육 일변도다. 극단적 이기주의가 부추긴 학벌 위주의 사회가 오히려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대학이 연구나 지식의 요람이 아닌 취업 준비하는 사관학교로 바뀐 지 오래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혹은 아시아 역내 순위 뒷걸음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일본·싱가포르 대학보다 한참이나 뒤져 서울대는 62위·카이스트는 83위·포스텍은 143위다.

대학이 무너지다 보니 우수 인재들의 해외 유학이 폭주한다. 유학을 마친 인재들은 한국에 일자리가 없으니 들어오지 않는다. 미국이나 중국의 중요한 AI 활용 기업들이 인재를 빨아들이지만, 한국에는 뺏길 인재도 없다. 2027년까지 1.2만 명이나 부족하다고 하나 정부는 의대 증원을 늘리고 의사들은 밥그릇 싸움으로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하다.

12(대기업 정규직) : 88(중기·비정규직) 비율로 쪼개진 노동시장에선 임금격차로 청년들의 일자리 기피 현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바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알량한 지식으로 평생을 보장받는 탐욕이 기승을 부리고 이들의 벽이 두터워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고속·압축 성장으로 누적된 기회주의 사회를 청산하지 않으면 불안한 미래를 잠재울 수 없다. 그래서 전면적인 국가 개조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와 리더십은 이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