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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국방 혁신은 고가 무기 도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실전적 예비군’ 벤치마킹해야
병력 손실 방지 위한 첨단 야전 의료장비 개발
군 의료 시스템 혁신으로 전투력 대폭 향상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6 06:31:53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
현재 우리 국방력의 가장 큰 위기는 병력 자원의 부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병력의 부족이다. 전쟁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전사자가 속출하는데 즉각적으로 보충할 수 없으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 초기에는 자발적 입대자는 물론 불의에 대항하려는 외국인 자원자도 있어 국제여단까지 운용하였으나 전쟁이 발발한지 2년이 넘어선 지금은 병력 부족에 봉착하고 말았다.
 
결국 미국과 같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적을 초기에 제압하는 전쟁을 구사하기 전에는 병력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국력의 기반인 국방력을 측정하는 수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수, 즉 인구수다. 그리고 그 인구 중 병력 자원으로 운용할 수 있는 청년 나이대의 비율이 핵심인데,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은 최악의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출생률 세계 최하위인 우리가 단기간에 병력 자원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다. 간혹 언급되는 ‘여성 의무복무제도’의 경우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행정 관료나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또 미국·프랑스처럼 영주권 부여를 전제로 한 외국인의 이민을 통한 병역 충당 방안도 제반 고려 요소가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의 주적 북한은 23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가 350km에 이르는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하여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특성상 만일 소형이라도 수발의 핵공격을 당한다면 변변한 대응조차 못한 채 국가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본인들에게 닥친 이 위기를 그저 강 너머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국제 축구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정작 병역의무는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생각이 팽배한데다 페미니즘과 연계하여 군 복무 가산점까지 젠더 문제로 만들어 가며 심지어는 군대 가는 남성들을 비하하는 그릇된 사고를 가진 이들도 상당하다.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야간 기습 공습으로 알려진 여러 사실 중 우리가 특히 눈 여겨 보아야 할 사례가 하나 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한 예비역 소령은 13일 긴급 소집명령을 받은 후 야간에 F-16기를 타고 출격하여 이란이 발사한 드론 및 미사일들을 격추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에는 변호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전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이 변호사는 “나는 늘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세가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로 둘러싸인 중동에서 생존하고 있는 근본적 토대가 되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실전적 예비군 제도’의 실효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다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압도적 군사력의 배경에는 첨단무기 이외에 실전적 ‘군 의료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초 원정군의 야전 수술 역량 향상을 위해 개발된 원격 수술시스템인 ‘다빈치’의 경우 이미 25년 전인 1999년에 상용화된 바 있으며 이 시스템에 의한 뛰어난 전투력 유지는 우수 전투 병력 보존의 근간이다.
 
최근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의대생 정원 증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볼 때 근본적 해결책은 의대생 증원보다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시킨 의료장비의 개발에 있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목적이 아닌 전시 전투력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연구개발 자체를 국방부가 주도할 수도 있다.
 
잘 훈련된 병사 한 명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10명의 신병을 양성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고가의 미사일 한 발보다 다친 병사를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AI 기반 수술장비 개발’과 이를 통제할 ‘외상 전문의’ 양성이 전투력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가 발생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라는 의료 대란 속에 지난달 18일 작업 중 눈을 다친 중환자가 민간인 대상 진료를 개방한 국군수도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국가 차원의 의료 서비스에서 군·민간의 구분은 불필요할 뿐더러 군이 국민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이러한 모습은 군에 대한 신뢰도 향상에 크나큰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군의 혁신은 고가의 첨단무기 도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재래식 무기의 필요성과 함께 병력 유지의 중요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군이 간과하고 있던 두 가지, ‘예비군의 정예화’와 ‘군 의료 시스템의 혁신’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군의 전투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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