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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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홍해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7 06:30:30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남동쪽에 자리한 흑해는 튀르키에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해 외해와 연결되지 않았다면 거대한 호수가 될 뻔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조지아·튀르키예·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로 둘러싸인 흑해는 말만 바다이지 호수에 다름 아니다. 소금의 양이 다른 바닷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 외해와의 교류가 적어 산소 양이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흑해에 서식하는 생물체는 극히 제한적이다. 죽은 박테리아들이 물속 깊이 쌓여 검게 보여 흑해란 명칭이 붙었다.

동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서해 바다도 색깔 때문에 황해라고 불리게 됐다. 중국의 황허강에서 흘러오는 황톳물로 바닷물이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우기가 되면 중국 황허강엔 상류로부터 엄청난 양의 토사가 휩쓸려 온다. 오죽하면 백년하청(百年河淸·황허강이 맑아지려면 백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일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을 뜻함)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겠는가.

성경의 출애굽기 모세의 기적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던 중 기적적으로 갈라진 홍해에서 이뤄졌다. 두 개의 대단층으로 이뤄진 지역 특성상 홍해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이 없고 해수 증발도가 높기 때문에 바닷물은 매우 짜다. 남조류가 많이 증식하며 물살이 빠르지 않아 물빛이 붉다.

홍해는 아프리카 북동부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의 가늘고 긴 해역이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들은 홍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나아가게 되므로 전 세계 물동량의 15%가 거치는 교역로다. 홍해가 막히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리나 비용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2011년 1월 21명이 승선한 삼호주얼리호를 우리 해군이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펼친 곳도 홍해 인근이다. 홍해는 오래전부터 무장 세력들이 판치던 곳이다. 최근에도 홍해에선 수개월째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지난해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항행 질서를 교란시켜 국제유가를 상승시키는 반군을 미·영국군이 가만둘 리 없다. 4개월여 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확전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가뜩이나 붉은색의 홍해가 핏빛으로 더욱 붉게 물들까 우려스럽다. 가장 뜨거운 바다 홍해가 피바다 혈해(血海)라고 불려선 안 된다.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