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세대교체’ 실패로 30년을 잃어버린 日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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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은 세대 화합으로 재도약 반전
한국은 세대교체 주요 변곡점에 와 있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3 06:31:10

30년 이상 표류하면서 우왕좌왕하던 일본이 최근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과 다르게 경제와 활력이 확연히 살아나기 시작하고 경제 주체들에게서도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음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주춤하고 있다. 역전 상황이다.

일본은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분수를 알기 시작했고, 과거와 같이 흥청망청하지 않는다. 정부·기업·소비자까지 하나의 팀이 되어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친다. 엔저 효과로 기업 수익이 높아지면서 증시는 활황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이 일본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도 25년 만에 일본(1.8%)이 한국(1.7%)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중국의 후퇴를 기회로 완전하지 않지만 재도약의 발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요즘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제2의 일본이 되어 간다는 평가, 즉 경제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평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3기라는 악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과 맞물린 지나친 권력 기반 강화가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면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좀처럼 회복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서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돈도 빠르게 중국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갈등의 지속으로 국익을 놓고서도 진영이 나뉜다. 계속되는 역주행으로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지표상 적색 시그널이 도배를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것이라는 부정적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에 빌미가 된 것엔 여러 가지가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의 급상승이 도화선이 되어 부동산 버블과 과잉 설비 문제 등으로 연결되면서 경제가 한순간에 폭삭했다. 이 외에도 초고령화와 주력 기업의 급속한 추락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발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피 그런 것들이 원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왜 30년 이상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단이 원인 추적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선 정치적 후진성, 그리고 아날로그 고집으로 디지털 시대 진입이 지연된 것 등을 꼽고 있지만 세대교체의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다. 일본의 경제적 성취는 지속되지 못하고 단절되었다. 그리고 앞선 세대가 달성했던 경제 대국 일본으로 다시 부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일본의 세대 구분은 우리보다 복잡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860만 명)’는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일본 경제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다음은 시라케 세대(1950~1964년생)로 고도성장의 수혜로 풍족함을 누렸으나 무능력하였고, 그 뒤를 이은 버블 세대(1965~1969년생)는 온탕과 냉탕을 같이 경험했다. 버블이 끝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빙하기 세대(1970~1984년생·포스트 단카이 세대)는 암울한 시기를 겪은 가장 불행한 세대다. 1987년 이후 태어난 유토리·Z·알파 세대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면서 소비문화와 사회 트렌드를 창조해 나가고 있으며 디지털 환경에도 매우 익숙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세대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단카이와 주니어 단카이 세대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로 인한 엄청난 후유증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며 경제 재건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나서 세대 간의 격심한 갈등이 해소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결정적인 계기는 일자리가 풀리면서 시작되었다.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고 남아돌면서 청년 취업률이 거의 100%에 달할 정도로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노인의 일자리 참여도 늘어났다. 일자리를 놓고 세대 간에 싸울 일이 없어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고질적인 저출생의 속도도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에서 한국은 0.7명대로 위험 수준이지만 일본은 1.2명대로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심각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압박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일본에선 다시 살아나기 위해 각 세대가 타협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협력하는 물꼬가 터졌다. 후대 세대의 무능함과 이전 세대의 진부함으로 생긴 서로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는 중이다.

한국은 신기할 정도로 빼박은 듯이 일본을 닮아 가고 있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현상을 보면 너무나 적나라하다. 오히려 일본보다 더 나빠질 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지역·젠더 갈등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세대 간의 불협화음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연하게 세대교체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한쪽은 586세대의 청산을 외치고, 다른 쪽은 버티려고 안달한다.

민주화·산업화 세대의 크고 작은 공적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고 낡은 사고로 신변을 고수하려고만 하면 막대한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그들도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후배 세대는 선배 세대의 불굴의 정신과 공적은 인정하고 계승할 것은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구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자 우리가 겪어야 할 잃어버린 세월을 최소화하는 서막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