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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에서 인기를 독차지해 온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4월 초 중국으로 보내진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완전 한국 토종인 데다 엄마·아빠·동생들도 모두 여전히 한국에 있는데 푸바오만 홀로 중국으로 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중국의 판다 정책 때문이다.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판다 한 쌍을 한국으로 보냈다. 둘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난 푸바오는 중국과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만 4세 생일을 맞기 전에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 해외 각국에 보내는 판다에 모두 적용되는 원칙이다.
에버랜드 측은 이미 푸바오의 중국 이동을 위한 적응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푸바오를 사랑해 온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작별을 슬퍼하고 있다. 또 낯선 중국 땅으로 가서 이곳에서처럼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잘 적응할지 걱정이 크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7세기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장제스의 중화민국 시절이던 1941년 미국에 선물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후 선물이 ‘대여’ 형식으로 바뀌면서 임대료가 책정됐다. 판다를 데려가는 국가는 임대료로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중국에 지불해야 한다. 대나무 잎을 주식으로 하는 판다는 식성도 까다로워 사육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고 한다. 판다를 보유한 동물원은 경제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판다에 대한 소유권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해외에 보낸 판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에 대한 소유권도 중국에 있다. 국적 부여 원칙으로 속지주의를 적용하는 인간과 달리 판다는 어디에서 태어나든 중국의 소유가 된다.
세계 어디서나 귀여운 외모로 사랑을 받는 판다는 정치·경제·외교 등 다방면에서 중국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국제 외교 관계에서 ‘소프트 외교관’으로 역할을 할뿐 아니라 ‘몸값’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적지 않다. 중국으로서는 상대국에서 큰 비용을 들여 잘 키워 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푸바오를 보내며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판다와 판다를 빌려 오는 국가들이 외교를 앞세운 중국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리라.
박선옥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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