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여의도나 대한민국 아닌 글로벌 문법으로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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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늘리기보다 제로섬 게임에만 몰두하는 정치판
캐스팅보트 중도층, 실사구시 시각으로 양 진영 평가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23 06:31:20

지구촌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대만 총통과 의회 선거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총통은 현 집권당인 친미(親美) 민진당이 승리를 쟁취했으나 의원 수는 과반에 미치지 못해 대만 유권자의 미묘한 선택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향후 전개될 다양한 변수에 그 대처 방식에 대한 논란 또한 분분하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 변화와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향방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연이어 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한국·미국 등의 순으로 우리와 이해관계가 큰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결과에 따라 엄청난 변화는 불가피하다. 선택은 해당 국가 국민의 몫이지만 모두가 자국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정부 혹은 정치가 더 유리한지를 두고 저울질한다. 현명하지 못한 표를 행사하면 결국 상대적 불이익 감수가 불가피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 물갈이 기류와 맞물려 나이·성별과 무관하게 각계각층에서 정치판에 발을 들이대려고 얼굴을 내민다. 한쪽에선 정권 견제론을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안정적 정국 운영을 호소한다. 지금과 같은 비대칭적 여소야대의 구조가 비생산적이고 국가를 역주행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만들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같이 국가의 파이를 늘리기보다 있는 파이를 더 차지하려는 제로섬 게임에만 집착하고 있는 무리만 보인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호(號)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갈수록 성장 동력이 고갈되면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전환점, 정치가 국가의 장래를 얽어매고 있는 그 해묵은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와중에 여당이 간판스타를 등장시켜 세몰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의 정치 입문 일성이 여의도 문법이 아닌 5천만 국민의 문법을 쓰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일단 선거판에 먹혀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표면적으로는 가는 곳마다 군중이 모이고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된다. 기존 정치판의 아킬레스건인 세비 반납을 주장하는가 하면 불체포·면책 특권을 폐지하고 심지어 국회의원 정수를 50명 줄이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이미 나왔거나 실행이 안 된 내용이라서 신선감이 떨어진다. 실제로 양 진영의 틈새에서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개인의 지지도만 상승하고 있을 뿐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부동층은 여전히 관망세다. 그들은 냉정하고 때론 매우 합리적이다. 한편으론 정치에 환멸을 느끼면서 때에 따라서는 투표를 거부할 수도 있는 소극적 부류다. 어느 진영이든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쪽이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도 목격되는 현상이다.

이들은 양쪽의 비전과 정책 경쟁을 엄정한 잣대로 비교 분석할 뿐 아니라 충족을 요하는 기대치가 의외로 매우 높다. 세비와 보좌관 수를 포함한 신분 상승의 상징인 200여 개의 국회의원 특권을 대대적으로 철폐하겠다는 것과 같은 체감할 수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그리 동요하지 않는다. 기득권 출세의 종착지인 여의도 배지를 달면 국가가 제공하는 검정 세단을 몰고 다니며 온갖 유세를 부리는 행태를 내려놓게 하겠다고 해야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의도나 대한민국의 문법이 아닌 글로벌 문법 혹은 방식이라야 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안보나 경제적 이익은 나라 밖의 사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국가는 계속 축소될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 부문은 이에 매우 민감하며, 정치 퇴행으로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즉각적으로 손해를 봐야 하는 사정이다.

하지만 정치는 이와 무관하게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하고 그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불이익이 따르지 않는다. 고위 관료·정치 편향적 교수·시민사회 단체 인사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린다. 반면 선량한 시민을 비롯하여 글로벌 경험이 많은 경제계 인사들은 한국 정치의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 그렇다 보니 정치판에서 내놓는 정책이며 산출물이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해법이 되기에 십상이다.

안타깝게도 어느 진영에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글로벌 문법이나 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 현실 정치의 한계이자 딜레마다. 민간이 아무리 뛰려고 발버둥질해도 환경과 조건이 받쳐 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처지지만 이웃 일본이나 대만은 부활을 위해 민간과 공공이 한 팀이 되어 구심력을 모은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고도성장 시대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핑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수많은 관변단체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음에도 낙하산 인사를 심으면서 국가 세금을 축내고 있다. 정부 조직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첩·칸막이 행정으로 효율성이 바닥이다.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아 있다지만 갈 길이 멀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간 지대가 누가 더 국익에 진중한지 불꽃 눈초리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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