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새해, 다시 뛰면 우리도 우등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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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뛸 수 있는 공감대와 멍석이 깔려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2 11:10:13

또 새해다.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이 승승장구할 때는 한해가 시작되면 기운이 솟고,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반대의 경우는 의기소침해지고, 이 해도 그럭저럭 무탈하게 넘어가기만을 바란다. 십간십이지로 보면 올해는 ‘푸른 용의 해’이다. 예로부터 용은 권위와 힘,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용을 ‘경외·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공포·타도’의 대상으로 여겨 대조적인 견해를 보인다. 중국인들이 ‘용의 후손’이라고 자처할 정도로 신봉을 하고, 심지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특히 새해는 한국이나 한국인에게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더 주저앉고 말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엄청난 국가적 현안들이 일시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찾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지난 연말 다수 경제인이 2024년 경제 키워드로 ‘용문점액(龍門點額)’을 제시했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협곡 아래 모인 물고기가 뛰어오르면 용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마에 상처투성이만 남게 된다는 사자성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변곡점에 와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와 구체적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아 계속 표류 중이다.

글로벌 경제 전망은 여전히 긍정보다 부정이 대세다.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여건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다. 다만 급격한 추락은 없겠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지정학적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글로벌 예측기관의 수치가 수시로 변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지나치게 함몰될 필요는 없다. 언제 다시 전혀 다른 전망치를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빠르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도미노가 이어지면 의외로 빠르게 회복세를 탈 수도 있다. AI 돌풍 등 글로벌 첨단 제조 경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각국의 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널뛰기를 거듭한다. 혹자는 작년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고, 혹자는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진단을 한다. 그만큼 경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빠져 있다는 방증이다. 실물 경제 현장의 제조업 혹은 자영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이다. 그만큼 현재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얼어붙은 경제 주체의 심리를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의 긴 터널과 미·중 분쟁과 연이은 두 개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쳤지만 국가별 경제 성적표를 보면 묘하게 대조적이다. 죽을 쑨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반사 이익을 챙기면서 국력 신장의 기회로 활용한 나라로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모두가 위기라고 할 때 열등생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등생도 있어

후자에 속하고 있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정치적 리더십에 국가 발전 전략이 명쾌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점이다. 둘째 자국이 가진 강점, 즉 시장·제조 기술(상품)·자원·노동력 등을 지렛대로 삼아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점이다. 수년간 한국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이유를 보면 이 두 개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을 멈추고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해답은 의외로 명료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구태에 익숙해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에 대해 시늉은 하고 있지만, 본질과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곧 선거가 닥친다. 경제가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형의 변화가 절대적이다. 미래를 외면하고 국익을 포기하는 함량 미달의 정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유권자의 몫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한 향수와 그 열매가 달긴 하지만 일시적이고 한국의 장래를 담보하고 있지는 않다. 이를 뛰어넘는 선진화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고 가로막힌 엄청난 도전을 극복해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 사람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과정을 분산,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혼자 개인기로 뛰는 것이 아닌 함께 뛰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이 창의적으로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야 한다. 그래도 새해에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모두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다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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