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불안한 한국 경제 외부 아닌 내부 탓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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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용 진단으로는 제대로 된 처방 나오지 않아
날로 퇴행하는 정치집단의 정치 논리가 경제 왜곡
가짜 판치는 최악의 후진국형 짝퉁 정치 아닌지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12 06:30:30

한 해의 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새해가 어김없이 코앞에 와 있다. 그러나 지구촌 어디를 둘러봐도 우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계속 널을 뛴다. 경제 예측기관들의 예상도 수시로 바뀐다. 그만큼 경제의 불확실성의 요소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장래가 불투명한 것도 당연하다.

언제부턴가 경제가 불안해지면 그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해외 요인이 나아지면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애써 봉합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변명같이 들리면서 뒷맛이 개운찮다. 이런 대응으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늘 바깥만 쳐다보게 된다. 불안에 노출되게 된 것이 원인이 외부보다 내부에 더 크게 있다고 솔직하게 시인해야 처방도 명쾌하게 나온다.

정권 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지면서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정치집단의 정치적 행위는 갈수록 더 퇴행하고 있다. 시장의 논리보다 항상 정치 논리가 앞선다. 자율보다는 타율이 경제를 왜곡시킨다. 특히 정권의 색깔이 바뀌면 정책의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면서 늘 원점을 맴돈다. 선전·선동과 매표 행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정책 혹은 예산의 우선순위가 파행을 거듭한다. 당장 긴급한 국가 현안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긴요하지 않은 곳에 정책과 예산이 몰린다. 경제 운용이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을 오가면서 시장은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기업가와 노동자를, 그리고 자산가와 비(非)자산가를 갈라치기 하는 집단 이기적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며 갈등을 부추긴다. 이에 따라 기업과 돈이 밖으로만 돌면서 국가의 부(富)가 계속 유출된다.

중국발 요소수 수출 제한 소식에 또 나라가 휘청거린다. 연이어 비료 원료인 인산암모늄까지 합세할 조짐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나 2차전지에 들어가는 흑연에까지 통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때뿐이고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는 90%를 넘어설 정도로 더 높아졌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 이유라고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유사시에 대비해 국내 생산설비를 갖춘다거나 중국 이외 다른 공급선을 확보하는 등의 대안이 부재한 실상을 다시 보여 주었다. 지난 정권 때 일본과의 정치적 대립 격화로 소·부·장 국산화를 떠들썩하게 천명했지만 수입은 더 늘어났다. 이 정도면 중국이나 일본만 원망할 게 아니라 우리가 난국을 자초했다고 시인해야 하지 않나.

다행히 최근 들어 국제 유가를 비롯하여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하락 추세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모처럼 만의 희소식이다. 한편으로는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조짐이기도 해 동전의 또 다른 면이 우려되기는 한다. 그런데도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호재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기류가 경제의 흐름을 순풍에 태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원자재 가격이 높으나 낮으나 경제 주체인 기업이나 가계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물가를 낮추고 수출 상품의 경쟁력을 올리는 쪽으로 신속하게 작동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년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우리에겐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경제 경쟁력의 원천인 기업·인재·기술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다. 가지지 못한 것은 가지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동시에 가진 것은 철저하게 보호하고 외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 중국·베트남·인도 시장을 보고 뛰어드는 것은 막을 길이 없지만, 상대가 우리가 가진 것을 넘보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높여야 한다. 국가가 앞장서 핵심기술 혹은 인력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불연 중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추격이 거세 우리와의 격차가 3년으로 줄어들었다. 시스템반도체는 중국이 글로벌시장 점유율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프리미엄 가전의 원천 기술인 OLED마저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로 거세게 위협 중이다.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하면서 남보다 우위에 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언제 한 번 편안하고 설레는 연말연시를 맞이할 수 있을지, 아예 이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눈 뜨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후진 정치의 난맥상을 보면서 이런 저질 판에서 한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늘 외부 탓으로만 돌리고 자생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건돌리기 게임만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직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설프거나 아니면 가짜가 판을 치는 최악의 후진국형 짝퉁 정치가 되풀이되고 있지나 않은지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 경제가 언제 불안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하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불안감은 줄일 수 있고 우리 하기에 달려 있다. 최소한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 위에 있어야 하고, 정치에 굴종적인 정부로는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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