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정치판 물갈이, 청년·여성보다 고도의 전문성에 기준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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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나이·성별 정치판의 포퓰리즘
여의도 입성 우선 조건은 전문성과 자질의 유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4 06:31:30

선거철이 임박하면서 또 얄팍한 포퓰리즘이 판을 친다. 상대보다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정리되지 않은 아젠다들이 넘쳐 난다.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으면 임기응변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생겨나는 좌충우돌이 목격된다.

일례로 메가시티는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지방을 포함하여 국가 전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설득력이 있고 공론화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교통망 확충 시기를 계획보다 앞당기겠다고 한다. 이 또한 틀린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의 경우 신도시 조성의 첫 단추로 교통을 비롯한 도시 인프라를 먼저 개발한 후 주택 건설에 착수하는 게 상례인 반면 우리는 늘 거꾸로다. 언제나 정치 논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청년이나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한다고 언성을 높인다. 기존 정치판이 고루하고 때가 묻어 있어 참신한 피를 수혈하겠다는 취지는 공감이 가고 반대할 명분이 없다. 당연한 귀결이고 잘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여성이나 청년들의 면모를 보면 과연 그들이 연식이 많은 정치인과 어떤 차별성이 있으며 과연 선명성이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들이 훨씬 더 교활하고 탐욕적이다. 종편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현란한 말장난을 일삼다가 갑자기 줄을 타고 정치에 공식 입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정치 현장에서 막말하거나 추태로 꼴불견을 연출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청년이나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씁쓰레하기 그지없다. 대안이 그것밖에 없나 싶다.

우리 정치판이 이런 추악한 모습으로 전락한 이유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흔히들 정치의 최고 덕목으로 전문성을 꼽는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국가로서의 생존과 국민의 재산과 이익을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민을 대표한다면서 국민의 평균 수준보다 못한 전문성 혹은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얼굴 내미는 것을 보면 실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국가의 녹을 먹는 샐러리맨 중에서 최고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받는 세비와 특혜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다 보니 고위직에 오른 공무원이나 이들과 공생하는 언론인들까지 틈만 나면 이 판에 뛰어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정년은 물론이고 횟수 제한마저 없다. 이만큼 수지맞는 장사가 그 어디에 있나.

정치 혁신의 본질이 물갈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어떤 물갈이여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혁신의 칼자루를 쥔 사람이 가장 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청년이나 여성의 비중을 언급하는 것이다. 지구촌 어디에도 정치에 나이를 갖다 대거나 성(性) 비율을 공개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상위개념이 바로 지적 능력과 전문성이다. 존경을 받거나 최고의 녹봉을 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뛰어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위협받고 있는 국가 상황에서 국익을 지켜 내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재라야 한다. 그런데 패거리를 만들어 진영 논리를 부추기거나 오히려 악법을 만들어 기업이나 국민을 못살게 만드는 이런 저질 무능한 자들이 더 많다 보니 늘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서울을 더 키우겠다고 하니 지방 수장들이 진영과 관계없이 이구동성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좀 애석하기도 하다. 저출산·지방 소멸 등으로 도시의 광역화, 즉 메가시티 필요성이 대두된 지 꽤 되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절체절명의 국가과제다. 그런데도 이웃집 불구경하듯이 뒷짐 지고 있다가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떤다. 한편으론 과연 그들이 독자적인 능력으로 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미 세계는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 도시 간의 경쟁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의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 대세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방은 글로벌 트렌드에 답을 내지 못한다. 기업은 밖에서 둥지를 틀고 사람들은 해외에서 돈을 펑펑 쓰고 돌아다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 상황을 두고 신조어가 나돈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다. 얼마 전까지 ‘피크 재팬(Peak Japan)’만 돌아다녔는데 빠르게 한국에 전이되었다. 성장률 둔화와 세계 꼴찌 출산율 등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국민은 이런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연일 밥통이나 챙기고 무늬만 혁신한다고 어수선하다. 기업은 내년의 위험이 더 커질 것에 대비해 비상 경영체제로 들어가는 중이다. 정치권이 변하려면, 그리고 판 갈이에서 길을 찾으려면 청년이나 여성보다도 국가 당면 과제를 풀어 나갈 객관적인 전문 식견과 자질을 갖춘 인사의 영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에 부합하지 않거나 도덕적 흠결이 있는 자는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게 방벽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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