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옥의 열사일침(烈士一鍼)] 의혹의 제국, 짝퉁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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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3 06:31:20

“리커창(李克强)은 사망당했다.” 10월27일, 권력서열 2인자 리커창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중국공산당은 8시간이 지나서야 국영CCTV를 통해 이 사실을 발표했다.

리커창이 ‘사망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진 이유는 첫째 리커창이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2급 이상이 사퇴하면 2년 동안 현직과 동일하게 대우한다. 리커창은 퇴임했지만 수많은 비서와 경호원의 보좌를 받았다. 그를 보좌한 사람들 중에는 의사와 간호사도 있었다. 리커창은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아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적이 있다. 심정지는 5분 이내의 골든타임에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앰블런스로 실려 가는 동영상을 보면 오직 간호사 한 명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둘째, 리커창이 실려간 곳은 상하이 중의대학부속 수광병원이다. 이 병원은 심혈관내과가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심정지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환자를 중의병원으로 호송하는 일은 거의 없다. 중의병원은 주로 장기 치료 환자들만 가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 최고지도부가 리커창의 급사를 예상한 듯했다. 한 달 전에 상무위원인 차이치(蔡奇)가 리커창의 경호원에게 유언을 받아놓으라고 명령했다. 차이치는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측근 그룹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선두주자다. 사석에서 시진핑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차이치는 지난해 67세로 덩샤오핑의 원칙이었던 ‘칠상팔하(67세는 남고 68세는 퇴임)로 보면 상무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권력서열 5위까지 꿰찼다. 우리나라 대통령 비서실 같은 중앙판공청의 주임 자리를 꿰찬 차이치가 리커창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리커창은 시진핑의 독재정치를 비판한 유일한 고위공직자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80년대 말 중국은 부정부패 척결과 개혁·개방을 원하는 대학생과 인민들이 “민주주의 없이 현대화는 없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체제의 2인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이 시위대를 옹호하자 보수파는 격렬히 비방했다. 그리고 1989년 4월 중앙정치국 석상에서 발언을 마친 후야오방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의사들이 출동했으나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사망하고 만다. 그 죽음으로 중국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그에 대한 잔인한 진압이 잇따른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다. 35년이 흐른 지금 과연 이 사건이 덩샤오핑의 의중과 관계없이 일어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국 뤄양시장 입구에서 승합차 한 대가 계란을 팔자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몰려들었다. 한 근에 4마오(70원)나 쌌기 때문이다. 다른 가게에서는 500g 한 근(계란 8개)에 400원인데 70원이나 싸니 일찍 동이 나고 말았다. 승합차는 완판을 하고 유유히 시장을 빠져나갔다. 저녁 식탁에 계란프라이를 올릴 마음에 들뜬 사람들은 요리를 하려는 순간 기겁을 하고 만다. 껍질은 시멘트였고 흰자와 노른자도 진짜 같은 가짜였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중국인이 있다.”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의혹과 짝퉁이 있다.”

얼마 전 중국인이 알몸으로 컨테이너통에 들어가 절임배추를 뒤적이던 광경은 충격이었다. 칭따오 맥주공장 소변 사건은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장시성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사용한 식기판을 화장실 소변기에서 씻는가 하면 광둥성직업학교 급식 국물에선 콘돔이 발견되었는데 대학 측은 이를 오리 안구막이라고 둘러댔다.

종이로 만든 무와 맹물 우유가 아이들 건강을 해치고 물에 알코올과 소다를 섞어 만든 가짜 맥주와 시멘트로 만든 가짜 호두·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쌀이 버젓이 유통된다. 물에 넣고 5분만 끓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짜 오징어는 그나마 양반이다. 국수를 조리하기 전 불에 살짝 태워 봐야 확인되는 플라스틱 국수는 먹는 순간 위절제술을 받아야 하며 만두피를 표백제로 희게 만드는가 하면 불린 폐·휴지와 탄저균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가짜 만두소가 판친다. 과산화수소로 나무젓가락을 녹여 만든 가짜 버섯은 진짜 버섯처럼 탱글거리고 검은 비닐봉지로 가짜 미역을 만드는 달인급 제조 비법에는 그만 혀를 내두르게 된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유아들이 먹는 분유에 1급 발암물질인 멜라민을 첨가해 단백질 농도를 높여서 고급 분유로 둔갑시킨 가짜 분유,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버블티에 폐타이어로 만든 타피오카 펄 구슬을 사용하는 것 등인데 그 솜씨가 예술에 가깝다. 버블티를 다 먹는 순간 위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짜 제조업자들은 물론 죄다 사형당했다.

한글은 24개 자모, 미국은 26개 알파벳만 익히면 글을 만들고 읽는다. 그러나 중국은 글자가 5만 자나 된다. 1획짜리도 있지만 ‘𪚥(말 많을 절)’처럼 64획으로 된 한자도 있다. 한자의 평균 획수는 16.1획이다. 문화심리학자 거넥 베인스는 “짝퉁을 잘 만드는 것은 중국인의 한자문화 유전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획수가 많은 한자는 복잡한 기계장치와 같으며 그런 한자를 쓰는 것은 거대한 기계를 분해하여 다시 조립하는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창조력은 뒤지더라도 기존에 있는 것을 모방하고 복제하는 데는 누구보다 뛰어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중국. 2022년 국내총생산(GDP) 17조 달러(약 2경2448조5000억 원)인 세계 2위 거대 공룡 중국은 안타깝게도 가짜와 의혹이 판치는 짝퉁 천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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