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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 그녀를 다루는 책은 약 2만2000권. 이 책들은 잔 다르크를 애국심·저항·용기의 상징 인물로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 프랑스인들은 샤를 7세 왕의 권위를 복원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잔 다르크의 뛰어난 업적을 가르친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 지난한 전쟁을 종식시킨 그녀에게 프랑스 사람들이 보낸 환호는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이 전쟁을 끝낸 건 사실 신이었다. 어느 날 하느님은 한 소녀에게 영국인들을 프랑스 밖으로 몰아내라는 지시를 하셨다. 그 사명을 부여 받은 건 열 세 살의 잔 다르크. 이 계시는 몇 년 동안 반복됐다. 소녀는 영주인 로베르 드 보드리쿠르( Robert de Baudricourt)에게 이를 전하고 전쟁터로 보내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영주는 거절했다. 거듭되는 요청에 보드리쿠르는 결국 결단을 내려 그녀에게 검과 갑옷을 들려주었다. 열 세 살이었던 소녀는 열일곱 처녀가 됐다.
당시 샤를 7세 왕세자가 머물렀던 시농(Chinon)에 도달하기 위해 잔은 영국군의 휘하에 있던 부르고뉴 영토를 용감히 통과했다. 왕은 신이 보낸 이 처녀를 맞이하기를 주저했지만, 잔은 왕에게 오를레앙 포위전을 위해 군대를 제공해 달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오를레앙 원정대는 십자군처럼 보였다. 일명 ‘퓌셀(동정녀)’이라고 불리는 잔은 기도하며 찬송가를 부르는 사제 행렬에 동참했다.
4월29일, 잔 다르크는 오를레앙 앞에 도착했고, 그녀는 식량 호송대와 함께 그곳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다. 6개월 동안 포위된 이 도시는 잔을 열렬히 환호했다. 5월8일, 젊은이가 이끄는 프랑스 군대의 기세에 겁먹은 영국군은 항복하고 말았다. 오를레앙은 드디어 해방됐다. 이 믿을 수 없는 기적은 9년간 계속된 프랑스 패배의 수치심을 통쾌하게 지워버렸다. 프랑스 국민은 이 새로운 영웅의 놀라운 행동에 경외감을 표시했고 그녀의 명성은 국경을 넘어 퍼졌다.
하지만 이 순간은 잠시였고 영웅 잔다르크를 기다린 건 화형식이었다. 그녀가 남성복장을 했다는 이유로 교회는 신성모독죄를 씌웠고 결국 그녀를 불태웠다. 이런 그녀를 프랑스는 감히 영웅으로 대접할 수 없었다. 당시 교회를 거역하는 것은 대반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죄인이 언제 영웅으로 다시 부활돼 오늘에 이른 것일까. 잔 다르크가 죽은 지 500년 후의 일이었다. 1920년 5월16일 로마 교황청은 그녀를 성녀로 추대했다. 교황 베네딕토 10세는 잔 다르크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다. 프랑스는 이 순간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던지 곧바로 그녀가 성녀로 추대된 5월 둘째 일요일을 ‘잔 다르크의 국경일’로 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는 정교분리를 기치로 내걸고 있던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커 아주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잔 다르크의 기억은 거국적으로 되살아났다. 비록 적(敵)은 더 이상 100년 전쟁의 적이 아니었지만 4년 동안 잔 다르크의 영혼을 불러온 많은 장교와 군인들의 신성한 결합, 특별한 헌신은 애국주의란 이름으로 잔 다르크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이제 잔 다르크는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국민 영웅으로 우뚝 섰다. 이 여주인공의 운명은 동레미(Domrémy)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잔은 이곳에서 1412년에 태어난 걸로 추정된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크 다르크, 어머니의 이름은 이사보 로메였고 꽤 부유한 농부 집안이었다. 5형제의 맏이인 잔은 태어나자마자 이 동레미에 있는 성당에서 장 미네(Jean Minet) 사제에게 세례를 받았다.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주기도문, 성모에게 드리는 기도, 사도신경을 가르쳐 주었다. 잔에게 믿음을 가르친 건 어머니였다.
로렌(Lorraine)과 프랑스 왕국 끝에 있었던 동레미는 당시 둘로 나뉘어 있었다. 북쪽은 상파뉴 주(1284년 이후 프랑스 왕에게 점령됨)로 이곳은 보쿨뢰르의 영지였다. 잔이 태어난 남부는 변동이 심한 바루아의 일부였다. 뫼즈의 서쪽에 위치한 바르 공작의 땅은 프랑스 왕에 예속되어 있었다. 작은 개울이 잔의 집을 따라 경계를 이루었다.
로렌의 작가 모리스 바레스는 동레미를 이렇게 묘사했다. “어느 저녁 동레미 하늘은 짙은 초원과 뫼즈 언덕 위에 부드러운 굉음과 함께 미끄러지는 증기로 가득 차 있다. 이 따뜻한 비, 깃털 같은 바람, 황혼, 구불구불한 강물이 설명할 수 없는 우아함과 휴식을 만든다. 마을은 안개 속으로 가라앉고, 마음은 황홀경에 빠져, 이렇게 잠자코 있는 고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곳은 조용한 계곡이다.”
이 풍경은 오늘날도 변함없다. 10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평화로운 전경이다. 하지만 잔 다르크 덕분에 국제적인 명성이 높다. 이 작은 마을에는 잔 다르크의 생가가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알려진 외관 덕분에 이 생가는 동레미에서 가장 유명하다. 생가 정면에는 15세기 문장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잔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오늘날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3만5000명. 역사상 최초로 이곳을 방문한 이는 그 유명한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였다. 그 곁에는 요한 박물관이 있다. 잔 다르크에게 헌정된 이 박물관은 교회 뒤편에 위치한 현대식 건물이다. 잔 다르크 시대의 삶을 교육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은 산책로, 그랜드 갤러리, 프로젝션 홀 등 세 개의 서로 다른 보완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레미를 방문한다면 고색창연한 생레미 성당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성당에서 1412년 잔 다르크가 세례를 받았다. 왼쪽 가로수길에 그 세례당이 있다. 세 개의 낮은 기둥이 있는 이 성당 천장에 복원 연도들이 기록돼 있고, 잔 다르크의 많은 공연물과 기념물이 장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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