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멈춤 없는 바이코리아… 외국인 5.1兆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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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개선 기대에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순매수 집중
저PBR株도 여전히 인기… 2분기부턴 매수세 둔화 가능성 높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8 12:00:00

▲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1020억 원을 사들이며 두 달 연속 5조 원 이상의 순매수 행보를 이어갔다.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의 ‘사자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조 원 이상의 자금을 국내 증시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5개월 연속 순매수다. 반도체 업황 회복 및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 등이 매수세를 끌어당겼다는 평가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수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현실화, 공매도 제도 재개 등에 따라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1020억 원을 순매수했다. 전월(7조3750억 원) 대비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두 달 연속 5조 원 이상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2013년 9월(8조3320억 원)·10월(5조2900억 원) 이후 11년 만이다.

1분기(1~3월) 전체로는 22조2760억 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달 연속 순매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마다 골고루 자금을 쏟아부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4조2150억 원, 코스닥시장에선 8870억 원 사들였다. 7조 원대이던 시장 간 순매수 격차는 3조 원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지난달 말 820조1000억 원으로 전월(762조 원) 대비 58조1000억 원 불어났다. 시가총액 비중도 28.1%에서 29%로 오르며 2년 8개월 만에 29%대로 진입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에서 3조3000억 원, 미주에서 1조2000억 원, 아시아에서 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2조2000억 원, 영국 2조1000억 원, 캐나다 –1조 원, 사우디 –6000억 원 등의 양상이었다. 미국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규모는 324조9000억 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39.6%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 256조5000억 원(31.3%), 아시아 120조3000억 원(14.7%), 중동 18조 원(2.2%) 순이었다.

이 같은 매수세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로 반도체 종목에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에서 비중이 약 30%를 차지하는 주력 업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로 그 규모는 3조4168억 원에 달했다. 순매수 2위 종목도 반도체 대형주인 SK하이닉스(순매수 8054억 원)가 차지했다. 코스닥에서는 바이오 종목인 알테오젠이 188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반도체 수출은 회복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 달러로 2022년 6월(123억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작년 11월부터 시작해 다섯 달 연속 플러스(전년동기 대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가격도 안정적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분기 대비 최대 20%, 낸드는 22~28% 상승했다. 2분기에도 D램은 3~8%, 낸드는 13~18%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개선 기대는 AI 산업과 연계된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즈니스에 집중되어 있고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처졌던 삼성전자의 격차 해소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반도체 불황에 따른 부진이 가장 두드러졌던 기업이 삼성전자였다는 점에서 업황 회복의 탄력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에 대한 기대도 컸다. 외국인은 지난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에 크게 베팅했다. PBR이 0.66배(5일 기준)인 현대차를 5131억 원 사들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어 삼성물산(PBR 0.78배) 3259억 원, KB금융(0.48배) 3048억 원, 우리금융지주(0.33배) 1628억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수가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고점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지하는 만큼 외국인이 그 전에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악재로 읽힌다. 실제로 외국인의 순매수는 이달 들어 둔화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닷새(1~5일) 동안 2거래일을 순매도로 장을 마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외국인 매수세 탄력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2분기에 현실화할 수 있어 셀온(Sell-on·고점 매도) 가능성이 있고 공매도 금지로 유입됐던 자금 일부는 2분기 끝나기 전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변 연구원은 “금융·자동차 등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주가가 상당 부분 선반영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