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조 초대형 사우디 공사 수주 ‘제2 중동 붐’ 열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삼성E&A·GS건설 역대급 가스플랜트 수주
尹 정상외교·기업 원팀이 만든 성과에 의의
중국의 확실한 대체 카드로 떠오른 중동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8 00:02:01

우리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조에 육박하는 규모의 초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소식에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E&A와 GS건설이 총 72억2000만 달러(약 9조6000억 원)에 달하는 사우디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다. 이번에 발표된 수주 규모는 우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건설 공사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부와 기업이 한 팀이 되어 사우디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이번 결실은 “한국·사우디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때 두 정상은 한·사우디 간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번 사례는 해외 대규모 수주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노력한 결과라는 걸 보여 준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주바일 인근 지역에서 추진하는 파딜리 가스플랜트 증설 공사에서 삼성E&A가 수주한 공사 금액은 60억7000만 달러(8조2000억 원)다. 발주처인 아람코는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한 한국과 일본의 몇몇 기업만 초청해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딜리 가스 플랜트의 황(黃·sulfur) 회수 설비 증설 공사를 수주한 GS건설의 수주 금액은 12억2000만 달러(1조6400억 원)다. 두 기업 수주액을 합치면 1965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다. 앞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191억 달러), 그리고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77억 달러)에 이은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 낭보에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인 400억 달러 달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에는 223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전년 동기의 2배가 넘는 127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희망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는 최근 고금리와 주택시장 부진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대외적으로는 올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유럽과 중동의 전쟁, 중국경제의 저성장 경로의 본격 진입, 미국·EU 등 세계 주요 소비시장의 위축 등 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수주 쾌거가 내수 부진과 경기 위축을 탈출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우리와 사우디의 경제협력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다리와 항만 등 대형 건설사업으로 ‘중동 붐’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고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중동 붐의 성과를 일궈 냈다. 박정희·이명박 정부가 세일즈 외교를 펼쳤고 ‘정주영 신화’로 회자되는 현대건설의 주베일 항만 공사 수주가 있었다.

사우디의 미래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무려 1000조 원을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석유·가스, 석유화학 플랜트, 반도체,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미래사업이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각종 인프라와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 온 신뢰와 인적 네트워크가 그 바탕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우디 건설사업을 발판으로 중동 진출을 좀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석유 편중을 줄이고 산업 다각화를 진행 중인 쿠웨이트·카타르도 등도 K건설이 진출할 여지가 크다. 제2의 중동 붐이 수출 호황이 끝나 가는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