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反대기업 정서·정책의 부메랑 된 청년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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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기업 비중 14%로 OECD 32개국 중 최하위
갖은 규제·세금으로 대기업으로 성장 어려운 환경
양질 일자리 만들려면 기업 정책 전면 수정돼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5 06:31:30

한국 대기업 비중이 OECD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대학입시가 중시되며 저출생·지역불균형 등의 사회적 문제가 나타났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2월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기준 대기업(종사자 250인 이상)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OECD 32개국 최하위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스웨덴 44%·영국 46%·프랑스 47%·미국 58% 등이다.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조차 41%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은 300인 이상이 18.4%인 반면 299인 미만이 81.7%에 달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이 대기업 비중이 작은 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2021)에 의하면 한국의 종사자 300인 이상 기업의 비중이 0.09%(2018년)이다. 외국은 250인 이상 기업의 비중이 미국 0.62% 독일 0.44% 일본 0.39% 영국 0.30%이다. 한국의 대기업 수 비중이 현저히 낮다. 좀 더 최근에 나온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기업 807만8518개 중 대기업 수가 9213개로 비중은 0.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 수는 806만9305개로 99.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대기업으로의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인가를 방증한다. 갖은 규제와 세금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 비중은 선진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이며 대기업 고용 비중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2021)에 의하면 한국의 299인 미만 기업의 고용비중은 86.1%인 반면 250인 미만 기업 고용 비중이 미국은 42.1%·영국 53.6%·독일 58.9%·일본 60.8%로 조사되었다 (2018년 기준). 대체로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 비중이 다른 선진국의 두 배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는 대기업이 적고 대기업의 임금 수준이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 중심의 노동조합 영향도 크다. 2022년의 경우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하고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7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커지다가 2015년 경 이후에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1987년 체제 이후 노동자 대투쟁이라고 불리는 노동운동이 격화되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6년간 한국의 임금은 매년 20%씩 올랐다. 그 결과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오던 전체 산업 대비 제조업 비중이 30% 선에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대거 해외로 탈출했다. 대신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했는데 대부분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저생산성 서비스업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한국 경제의 저생산성 원인이 되고 있다.

임금 외의 다른 근로조건에서도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들이며, 소규모 기업의 근로자의 경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KDI는 대학 서열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을 추산했다. 4년제 일반대학을 수능 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후 각 분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을 연령에 따라 계산했다. 그 결과 최저 분위인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은 40~44세 구간에서는 50%에 달했다. 또 상위권 대학 졸업자는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대기업 취업·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입시 경쟁·수도권 진입 경쟁 등 사회 전반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며 결국 대기업 일자리 창출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반(反)대기업·친중소기업 정책이 청년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산성 낮은 기업이 도태되어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내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과도한 정책 지원은 이러한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기업 정책이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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