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여행자도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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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홍콩보안법 보완·강화… 이틀 전 만장일치 통과
反국가·외세결탁 혐의에 최대 종신형 가능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3 12:41:27

▲ 19일 홍콩 입법회(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국가보안법은 기존의 홍콩보안법의 확대·강화판이다. 사진은 해당 안건의 투표 결과. 연합

23일부터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법 위반으로 곤혹을 치를 수 있으므로 여행자들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의회)는 19일(현지시간) 국가 분열·전복·테러 활동, 외국세력과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의 정의와 처벌에 관한 국가보안법(기본법23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법이 이날 0시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외부 세력과 결탁하면 최대 14년, 외세와 함께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유포 정도의 혐의에 10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외세란 해외 정부·정당, 국제기구,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해외 기관, 이들과 연계된 기구 및 개인을 말한다.

다만 처벌 대상인 ‘외세와의 결탁’을 ‘불법적 의도’ ‘부적절한 수단’에 의한 것이라고 기술하는 등 표현의 애매함이 문제로 지적된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정의가 광범위하고 모호한 점을 들어 “표현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정보를 주고받을 권리 등 국제 인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행위 전반을 범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잔즈훙 대만·홍콩경제문화합작책진회 이사장은 “외국인의 홍콩 여행과 비즈니스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FSB)도 홍콩 여행 시 주의를 당부했다. 보안법 세부 사항이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매우 많으므로 홍콩을 방문하려는 대만인은 과거 홍콩 입경 당시 조사당한 전례나 중국의 정치·경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미리 꼼꼼이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도 홍콩 국가보안법이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면서 여행자들이 상상 못한 법 위반자가 될지 모른다며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 기소 없이 구금될 뿐 아니라 변호사 접견마저 거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 통과 이후 홍콩에서 기밀 유출 등에 대한 단속이 ‘반간첩법’을 시행 중인 중국 본토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기업은 홍콩에서 철수하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홍콩인의 자유가 박탈되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은 중국이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2020년 제정한 홍콩보안법을 보완한 내용이다. 이제 홍콩에 두 개의 안보 관련 법안이 적용되게 됐다. 이전 홍콩보안법 시행 때도 이미 공공장소에서 ‘홍콩해방’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게시하는 행위, 영국국가 연주 등이 금지목록에 올라 있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