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종섭에 與 일각 “사퇴하라” 요구… 당·정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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李 사퇴 시 ‘당·정이 野에 항복’ 프레임 말려들까 우려
사퇴 안 한다면 여론 악화 불가피… 진퇴양난의 당·정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1 12:55:42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가운데) 호주 주재 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받던 중 출국해 도피 논란까지 산 이종섭 호주 주재 대사가 21일 귀국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당·정은 자칫 야권 프레임이 말려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 머뭇거리는 분위기다.

이 대사는 법무부의 출국 금지 해제로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지 11일 만인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임시 귀국한 건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마디로 만시지탄이다. 시기가 늦어 (민심을 되돌릴) 기회를 놓쳤다”며 “만약 이 대사 스스로가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태호 국민의힘 경남 양산을 후보는 “계급장 떼고 수사 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며 직설적으로 이 대사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는 “(귀국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 대사 귀국이 여론 무마책이 아닌 사태 해결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히 수사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 잡혀 정권 심판론 단골 메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정은 이 대사 사퇴가 야권 요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망설이는 분위기다. 이 대사가 물러날 경우 자칫 ‘당·정이 야권의 심판에 무릎 꿇었다’는 식의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피의자 이종섭의 대사 임명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를 대표해 대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미 추진 중인 국정조사·특검법에 더해 이 대표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는 내용의 특검법 발의도 당론으로 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경기 안양 거리 인사에서 “이 대사 문제 등은 (귀국 결정으로) 결국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기자 회칼 테러’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를 수용했던 대통령실도 이 대사 경질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