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회사채시장, 한전채 발행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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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회사채시장, 한전채 발행부담

연초효과에 불붙은 회사채 시장… 2월에만 26조 발행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9 09:00:00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26조2373억 원으로 전월(25조1140억 원) 대비 4.5% 증가했다.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조 원대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채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지난달 26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두 달 연속 20조 원대다. 다만 ‘연초 효과’가 지속할지는 의문이다. 발행 규모는 점차 감소하고 있고 매각되지 않은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공사채 물량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회사채 발행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26조2373억 원으로 전월(25조1140억 원) 대비 4.5% 증가했다. 1월(25조1140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25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8조8590억 원이었다. 한 달 전(9조9765억 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1조~3조 원대에 머물던 지난해 하반기 대비로는 여전히 많다. 자금 용도별로 보면 차환 발행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로 차환 발행 비중이 86.5%에서 69.6%로 하락하고 운영자금 조달 목적 발행 비중이 12.3%에서 30.4%로 상승한 게 특징이다.

비우량채에 대한 수요도 회복했다.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면서 A등급 이하 비우량물(발행금 3조3700억 원) 발행 비중은 1월 16.0%에서 2월 33.6%로 두 배 불어났다. BBB등급 이하(3910억 원)도 0.7%에서 4.4%로 올라갔다. 반면 AA등급 이상(5조4890억 원)은 83.3%에서 62.0%로 내려갔다. 만기별로는 금리 인하 시점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년 이하 단기채 비중이 4.8%p 상승했다. 장기채와 중기채 비중은 각각 1%p·5.7%p 하락했다.

금융사도 회사채 시장에 문을 크게 두드렸다. 2월 금융채 발행금액은 15조8658억 원으로 전월(14조7670억 원) 대비 7.4% 불어났다. 금융지주채 발행(2조2100억 원)이 한 달 전보다132.6%, 은행채 발행(4조3100억 원)이 13.2%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자산유동화증권(ABS)도 1조5125억 원으로 전월(3705억 원) 대비 308.2% 증가하면서 평월 수준을 회복했다.

회사채 규모 줄고 미매각도 출현

회사채 시장은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15일 공모 일반회사채 발행금액은 3조9972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까지 아직 보름 정도 남아 있긴 하나 전월 대비 5조 원 모자란다. 금융채도 비슷하다. 금융지주·은행·신용카드·할부금융·증권회사 채권 발행금액은 총 5조9940억 원으로 2월 전체의 1/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매각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석유화학업체 여천NCC(A)는 4일 1500억 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250억 원의 매수 주문량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말엔 건설사 HL D&I(BBB+)가 1000억 원 규모의 1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국토지신탁(A-)도 2년물 700억 원, 3년물 300억 원 총 1000억 원 회사채 모집에서 38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기업들 전반적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큰 데 하위등급 중심으로 이자 상환 능력 저하가 가시화돼 A급 이하 비우량 기업 대비 AA급 이상 우량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공사채 물량이 쏟아지는 점도 회사채 수요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통상 공사채는 신용등급이 높아 시장에 발행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수요를 가로챈다. 예탁원에 따르면 국채·지방채·지방공사채·특수채의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18일 기준 총 3조9011억 원이다.

한국전력채권 발행도 부담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부터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한전채 발행 규모는 2021년 9조 원, 2022년 31조3700억 원, 2023년 11조9300억 원으로 컸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지 않을 경우 한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전채는 신용등급이 AAA로 초우량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