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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가족과 여성의 역할을 다시 쓰려한 아일랜드 정부의 시도가 무산됐다.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반대표를 던졌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민투표 직전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여성에 대한 매우 구시대적·성차별적 언어(를 삭제할 기회)”라며 의미부여했다. 그러나 가족의 정의를 “결혼”에 기반한 관계에서 “결혼 또는 기타 지속적인 관계”로 확장한 개헌안에 67.7%가 반대했다(찬성 32.3%).
“여성이 가정 내 공동선(common good) 제공 역할을 수행 못 할 정도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국가가 지원한다” 조항을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돌봄을 제공하도록 국가가 지원한다”로 고친 개헌안에는 73.9% 반대, 26.1% 찬성이었다.
개헌안이 통과하려면 국민투표 참여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거나 강력한 캠페인을 전개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찬성에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실패를 자인했다.
두 개헌안에 반대한 무소속 마이클 맥도웰 상원의원이 현지 방송 RTE 인터뷰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헌법적 변화를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유권자들 앞에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개헌안이 가족 부양 및 의료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게 될 것이라는 일부 운동가들의 지적도 있다.
시오반 멀러리 골웨이대학 법학 교수 겸 아일랜드 인권센터 소장은 “바라드카르 총리가 국민투표일을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춘 것은 나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지만 “개헌안이 여성의 가정 내 기존 역할 보장을 삭제하며 가족 구성원의 상호돌봄으로 대체한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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