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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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고량주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06 06:30:40

▲ 뚜껑을 열지 않은 중국산 고량주에서 파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1988년 연출한 영화 ‘붉은 수수밭’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그간 촬영감독과 배우로 활약했던 장 감독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베를린 영화제를 시작으로 칸 영화제·베니스 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중국 영화를 서양에 널리 알렸다. 장 감독의 영화는 중국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가난한 집안의 젊은 여주인공 추알(공리 분)은 아버지에 의해 돈 많고 나이 많은 나병환자에게 팔려가고, 노상강도로 돌변한 가마꾼에게 몸을 빼앗기고 마침내는 고량주 주조장의 주인이 된다는 게 영화 ‘붉은 수수밭’의 줄거리다. ‘붉은 수수밭’은 중국 농촌의 풍경을 담은 넓은 화면의 멋진 구성과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리는 시각적인 장면이 백미로 기억된다. 이 영화의 원제는 ‘홍가오량(紅高粱)’이다.

붉은 수수는 증류주인 중국 백주의 대명사인 고량주를 담그는 주원료다. 수수를 한자로 고량이라고 표기한다. 척박한 환경과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오곡 중 하나이며 날씨가 추운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된다.

우리나라에서 속칭 ‘빼갈’이라고 불리는 고량주는 알콜 도수가 30~70%의 독주로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생산되는 옌타이 구냥·대만의 최전방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금문 고량주 등이 대표적이다. 옌타이에 고량주를 생산하는 업체만 수백 곳에 이른다. 옌타이 구냥은 고량주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한국에서 인기가 높으며 웬만한 중국 식당에는 필수품으로 갖춰져 있기도 하다. 높은 인기에 유사품도 나올 지경이다.

한국에서의 고량주 인기를 알았던지 최근엔 뚜껑을 열지 않은 중국산 고량주에서 파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칭다오 맥주 생산 공장에서 한 남성이 원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돼 큰 논란이 된 게 불과 석달 전 일이다. 인구로는 대국이지만 문화 의식은 소국인 중국에서 먹거리 사고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끊임없는 중국발 먹거리 사고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고량주 말고도 우리네 밥상은 어느샌지 중국산이 점령한지 오래다. 늘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안전한 먹거리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산 먹거리 수입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