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무서운 경기침체… 정책 대전환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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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 한계상황에
기업의 투자 환경 획기적 개선이 가장 시급한 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5 06:31:30

지난달 31일 발표한 통계청의 지난해 경기 동향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불황 속에 신음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경제는 소비(민간 소비+정부 소비)·투자(시설 투자+건설 투자)·수출(-수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 소비나 정부 지출은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급증한 국가채무나 국가부채로 재정 상황이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라 더 쓸 여유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재정 건전화에 역점을 두어 재정정책을 운용해야 재정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민간 부문에서 얼마나 경기를 살릴 만큼 수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인데 국내총생산(GDP) 중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이 민간 소비(2022년 기준 47%)가 핵심이다. 지난해 소매 판매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를 기록하며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쳤고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다.

가계신용(가계부채+판매 신용)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말에 1867조 원으로 GDP의 100% 수준을 기록하며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와 고물가도 지속되면서 민간의 소비 여력이 바닥이 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2년 연속 감소하는데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수출도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특히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해 큰 폭 감소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반도체 수출 통제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급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은 대중국 첨단반도체 수출을 미국의 경제안보 문제로 보고 통제하고 있어 대중국 수출은 쉽사리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GDP의 9%를 차지하는 설비투자는 –5.5%로 추락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 수출이 감소해 투자는커녕 많은 부채에 이자 갚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세계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26.1%에 달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수준인 기업이 1674개의 국내 상장사 가운데 710개(42.4%)로 위험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에 있던 2020년 3분기의 39.9%보다도 높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기업 부실 예측 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 기업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을 제외한 외감 기업 3만6425개사 가운데 11.7%에 달하는 4255개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징후다. 투자는커녕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지경이다.

GDP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투자는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프로제트파이낸싱(PF) 문제까지 덮치면서 –19.1%로 급락하고 있다. 주택 착공 분양물량이 연평균 약 30만 채에서 10만 채대로 급락하면서 폐업 건설업체 수가 2021년 1736개에서 2023년 2347개로 급증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어느 부문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실정이 2023년 한국 경제의 모습이다.

전체 산업 생산은 전년보다 0.7% 늘어나며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지만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3.9% 줄며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보다 쪼그라든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반도체 생산이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며 전체 제조업 생산을 끌어내렸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1.3%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71.1%)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대를 보인 건 1983년(71.0%) 이후 두 번뿐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정상적일 경우 대체로 82% 수준이다. 71% 가동률이라는 것은 많은 공단의 공장들이 쉬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는 이 어둠의 터널을 어떻게 탈출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일이 기업의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는 것이다. 법인세·상속세 인하는 물론 규제 혁파·노동개혁 등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조치가 없이는 회복이 힘든 실정이다. 투자가 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가계부채가 줄어든다. 수출도 중국에만 목매여서는 안 된다. 획기적인 통상대책이 필요하다. 정책담당 관료를 정책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들로 일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사도 필요하다. 여전히 전 정부 관료들의 돌려막기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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